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5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갈란트 장관이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결정에 줄곧 반기를 들어왔다는 이유에서다.
갈란트 장관 후임으로는 '강경파'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임명됐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과의 전쟁을 더 공격적으로 수행하게 될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5일 저녁 영상 성명을 통해 "갈란트 장관은 내각의 결정과 모순되는 발언과 행동을 해 왔고, 이러한 차이를 좁히고자 했지만 계속 벌어졌다"며 국방장관 해임 사실을 밝혔다. 갈란트 장관의 독자 행동으로 하마스 등이 이득을 보는 경우가 잦았다고도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 사이의 신뢰는 깨졌다"고 강조했다.
갈란트 장관도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의견 대립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레디'로 불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의 군 복무 면제 입법을 추진한 것에 반대한 게 해임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라고 갈란트 장관은 설명했다. 앞서 그는 "의무적 군 복무는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레디 징집을 추진해 왔다. 갈란트 장관은 또,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인질 구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 "하마스 침공 전후 이스라엘 정부 대응에 대한 면밀한 조사 필요성이 있다"는 자신의 종전 주장들이 해임 사유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 해임은 시간문제였을 뿐,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가자지구 전쟁 국면에서 의견 대립이 심했던 것은 물론,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 주도 극우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공개 비판하며 한 차례 경질 발표(이후 번복)를 당하는 등 주요 사안마다 수차례 충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해임 발표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이뤄졌다. 일단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위기' 타개를 위해 충격 요법을 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1급 기밀에 속하는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 문건을 총리실 관계자가 선택적·고의적으로 언론에 흘려 이스라엘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의혹의 확산이 결정타였다는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의 직·간접적 관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선 당일(5일), 미국 정부가 '대화 상대'로 선호하는 갈란트 장관을 경질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다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갈란트 장관 해임 직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는 시위대 수천 명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 결정을 규탄했다. 시위에 참여한 사무엘 밀러(54)는 갈란트 장관을 "내각 내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부른 뒤, "(갈란트 해임으로)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카츠 장관에 대해 "지난 5년간 외무·재무·정보부 장관을 지냈고 오랫동안 안보 내각의 일원으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역량과 헌신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카츠 장관을 '불도저'라고도 칭했다. 신임 외무장관으로는 지난 9월 연립정부에 새로 합류한 우파 정당 '새로운 희망'의 기드온 사르 대표가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