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탄압의 전형"…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백 경정, 징계 취소 소송

입력
2024.11.06 14:50
서울행정법원에 소장 제출
참여연대·민변 등 법률지원

세관 마약수사 외압의혹을 폭로했다가 경찰 내부 징계를 받은 백해룡 경정(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징계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백 경정은 6일 서울경찰청장이 자신에게 내린 '경고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세관 마약수사 연루 의혹 수사담당자였던 백 경정은 지난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돼 관련 수사에서 배제됐으며, 이후 공보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백 경정에 대한 법률대리와 지원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맡았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관 직원들의 업무 방기 또는 조력이 있었는지, 수사 외압이 누구를 위해 왜 이뤄졌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며 "백 경정이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백 경정의 법률대리인인 이창민 변호사는 "경고장에는 공보규칙의 어느 규정이 적용됐는지 명시적으로 기재되지 않아 형식적인 하자가 있다"며 "지금까지 누구도 공보규칙 위반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지 않아 형평에 어긋나고 행정법상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백 경정에 대한 징계처분은 의혹 제기에 대한 경고이자 입을 막기 위한 공익제보자 탄압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다국적 마약 조직이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을 밀수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연루 혐의를 수사하던 백 경정에게 경찰 고위 간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수사팀은 한국인과 말레이시아인, 중국인 등으로 구성된 국제조직을 수사하던 중 '세관 직원들이 마약 조직원을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백 경정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언론 브리핑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조 경무관은 공식 수사 지휘 계통에 해당하지 않는 직위에 있었다. 백 경정은 또한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찬수 총경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며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조지호 경찰청장은 백 경정을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내고 경고 조치를 해 '보복 인사' 논란까지 번졌다. 경고는 정식 징계 처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훈계성 조치로 포상 점수가 감점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백 경정이 서울청에 제기한 이의신청도 이미 한 차례 기각됐다.

조 청장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마약사건이) 서울청 집중수사 지휘사건으로 돼 있기 때문에 주요 내용을 서울청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데 백 경정이 여러 차례 공보규칙을 위반했다"며 보복성 인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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