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의 내년도 적자 규모가 정부 목표치보다 2조9,000억 원 더 많은 80조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도 3.03%가 돼,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재정준칙(GDP 대비 적자 비율 3%)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경호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 예산분석실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 실장은 정부의 내년도 총수입은 목표치(651조8,000억 원)보다 5조9,000억 원 덜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국방부에서 1조2,000억 원대 토지매각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정부는 봤지만, 예정처는 매각이 불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또 정부는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회장의 유가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엔엑스씨(NXC) 주식을 매각해 내년 3조7,000억 원 수입을 올릴 것으로 책정했으나 예정처는 역시 매각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봤다.
총지출 변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정부는 5세 유아의 무상교육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충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반대하는 등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총수입의 감소와 총지출의 변동 가능성을 감안할 때 재정 운용 목표의 달성 여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전날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2025년도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3.2% 증가한 677조 원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범위 내(GDP 대비 적자 비율 2.9%)"라고 강조했는데, 예정처 분석은 달랐던 것이다.
예정처는 또 정부의 국가채무비율 전망도 낙관적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 48.3% 수준에서 2028년 50.5%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정처는 2028년 52.4%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놓고 여야가 격돌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예산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건전재정 기조를 확실히 지켰다"며 "민생 해결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되 관행적, 비효율적 사업들은 과감히 축소하는 지출 효율화를 추진한 덕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부자 감세로 세수가 감소하고, 그 결과 긴축재정을 하게 된 것"이라며 "긴축재정은 잠재성장률을 저하하고, 성장률 저하는 세수 결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 유럽이 이런 긴축재정을 해 (경제가) 사실상 '폭망'했다"며 "그때 전문가들은 이를 자멸적 긴축재정이라고 진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