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숨진 인천 초등학교의 30세 특수교사가 과밀 특수학급을 도맡다 적어도 사망 넉 달 전부터 "죽을 것 같다"며 지인에게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교육계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도 교육 당국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학교는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까지 고인에게 전가했다고 밝혔다.
5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4년 차 저경력 교사인 고인은 올해 중증장애 학생 4명을 포함해 특수교육 대상이 8명인 특수학급을 맡아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한 반 정원은 6명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지난해까지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맡았지만 올해 재학생 졸업으로 전체 특수학급 학생이 한시적으로 6명이 됐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특수학급을 2개에서 1개로 감축했다. 학교는 2월에 장애 학생 전입이 예정된 걸 알았기에 특수학급 2개 유지를 요청했지만 시교육청은 현재 학생이 6명이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3월에 장애 학생 한 명이 전입해 고인의 반은 과밀학급이 됐고, 8월에 한 명이 더 와 8명으로 늘었다.
고인은 그전인 6월에 이미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지인에게 털어놨다. 본보가 확보한 고인과 동료 교사의 6월 25일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고인은 '죽을 것 같다'고 두 차례 토로했다. "수업이 (매)주 29시수(수업 수)야"라고도 했다.
주 29시수 업무의 무게감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 초등학교의 중견 특수교사 A씨는 "중증 학생 4명을 포함한 8명 반에서 월~금요일까지 하루 6시수씩 단 한 시간도 쉴 틈 없이 연달아 수업 강행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특수교사들에 따르면 통상 특수학급 담임의 한 주 수업은 19~22시수다. A씨는 "중증장애 학생 점심 식사를 챙기는 시간까지 더하면 고인은 소속 반 아이들이 하교하는 순간까지 화장실 가는 것도 참을 만큼 단 1초도 쉴 새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 당국은 장애 학생 지원 인력을 보냈다지만 특수교육계는 이들이 일한 시간당 급여 계산, 지원 인력용 보조 시간표 및 안내 사항 작성 등 행정 업무가 늘어 격무가 완화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통합교육 취지를 훼손하는 '특수학급 전일제 운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고인이 맡은 중증장애 학생 일부가 통합학급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하루 종일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받은 것이다. 특수교육법상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설치된 학급'이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른 차별 없이 또래와 함께 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고인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받았던 정황도 드러났다. 고인은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지금 이게 맞나. 교사가 아파트 안에 들어와서 등교지도를 해달라 하시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하네'라고 토로했다. 장은미 특수교사노조위원장과 이주연 인천교사노조위원장은 "숨진 교사는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고, 민원을 중재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민원을 수용하라며 관리자 역할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극적 죽음이 방치된 특수교육 체계와 관련 있다며 고인의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정치권도 열악한 특수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강경숙 김문수 백승아 정을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의 총체적 문제가 내포된 대표적 사건"이라며 "특수교육 정책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