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지지율 마지막까지 '동률'... 해리스·트럼프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선거

입력
2024.11.05 20:00
4면
[2024 미국의 선택]
더힐 여론조사 "트럼프, 경합주 4승"
전날 NYT 조사선 해리스 박빙 우위
모두 오차범위 이내... "사실상 동률"


조사하는 기관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혼전은 2024 미국 대선을 단 하루 앞둔 날까지도 이어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州) 7곳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4승 2무 1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가 전날 발표한 조사에서 해리스가 4승 2무 1패로 우위를 점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였다.

두 여론조사, 일치한 결과는 애리조나뿐

그럼에도 상반된 결과의 두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흐름은 있었다. 애리조나주에서의 트럼프 우세다. 애리조나에서 트럼프는 더힐 조사의 경우 4%포인트 차, NYT 조사에서는 2%포인트 차로 해리스를 따돌렸다. 이날 기준 워싱턴포스트(WP)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도 최근 일주일 사이 트럼프가 애리조나지지율을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두 개 조사의 교집합은 애리조나뿐이다. 애리조나와 함께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 지역)로 묶이는 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두 여론조사의 결과가 갈렸다. 나머지 '러스트벨트'(북동·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 3개 주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 후보가 마지막날까지 전력을 쏟은 '격전지 중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더힐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1%포인트 앞섰다. 전날 NYT 조사에서는 두 후보 동률(각 48%)이었다. 다만 더힐은 공화당 성향 고령 유권자들의 사전투표율이 낮은 점, 선거 막판 뉴욕 트럼프 찬조 연설에서 반(反)푸에르토리코 발언이 나온 점 등이 이 지역 트럼프 득표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결과, 한 후보가 싹쓸이할 수도"

물론 더힐과 NYT 조사 모두 두 후보 간 격차는 모든 경합주에서 1~4%포인트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내로, 사실상 동률이다.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낸 두 여론조사는 사실상 같은 것을 말했다고도 볼 수 있다.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선거라는 점이다.

WP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경합주들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한 것은 역설적으로 실제 선거 결과가 한 후보의 싹쓸이로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 전 여론조사들이 유권자의 교육 수준과 같은 요인에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은 탓에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인을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WP 지적이다.

막판 변수로 떠오른 아이오와

7대 경합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중서부 아이오와주의 선거 결과에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이오와는 트럼프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승리한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현지 매체 디모인레지스터와 셀저앤드컴퍼니의 지난달 28~31일 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47%)이 트럼프(44%)보다 3%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워낙 튀는 결과라 이변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지만, NYT는 "여성, 젊은층, 대졸 이상 유권자들이 투표 의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고, 이들은 해리스에게 우호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진짜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론 해리스의 우위는 오차범위(±3.4%) 내에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3, 4% 차이로 승리할 수도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