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만 세금 깎아주고 책은 왜 빼?…'도서 제작비 세액공제' 벼르는 출판계

입력
2024.11.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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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시장의 열악한 현실이 거듭 주목받으면서 출판계가 숙원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도서 제작비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하라는 것. 콘텐츠 산업 가치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영화,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물 제작비는 이미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만큼, 원천 콘텐츠 격인 책으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출판계의 요구다.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 개정안을 복수로 발의한 만큼 기대가 더 커졌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오는 8일 국회에서 '출판콘텐츠 세액공제 제도 도입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여론 조성에 나선다.

'도서 제작비 세액공제' 개정안 첫 발의

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판사의 책 제작 비용 일부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감면해준다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3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민주당 의원, 문학평론가 출신인 강유정 민주당 의원, 신문기자 출신인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출판계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정성호 의원의 안. 중소기업의 도서 제작 비용은 15%를, 중견기업은 10%를, 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한다는 내용이다. 참고서 등 학습 목적이 아닌 책에는 10~15%의 추가 공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액에 준하는 수준이다.

출판계가 도서 제작비에 세액공제를 요구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열풍, 한강의 노벨상 수상 등으로 한국 출판·문학이 주목받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생존 위기 출판계를 구하라

출판계는 출판산업이 생존 위기에 놓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연말정산에서 도서 구입비에 문화비 소득공제 등이 적용되고 있지만, 도서 소비자의 세 부담을 줄여 도서 구입을 유도하려는 목적이어서 출판사의 직접 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재료비, 인건비 등 상승으로 종이책 생산 원가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해 지난달 발표한 '출판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출판산업의 전체 지출 중 종이값과 잉크 등 직접 제작비와 인건비 비중은 각각 29.5%와 27.4%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2.5%포인트, 4.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해 책 출간이 어려워지고 출판사가 문을 닫기도 한다고 출판계는 호소한다.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9년 1,109개였던 회원사는 2022년 말 기준 972곳으로 12% 줄었다. 영세한 1인 출판사 비중은 느는 추세다. 올해는 우수출판물이나 중소출판사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이 삭감됐다.



원천소스인 책 제외… "영상과 차별 말라"


영화,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는 2017년 도입됐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성공을 계기로 2023년부터는 OTT 콘텐츠로 확대됐다. 이에 문화 장르 간 조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도서 제작비 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출판계의 요구다.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인 홍영완 출판사 윌북 대표는 "영화나 드라마 원작의 30%가 출판물인데 최종결과물인 영상 콘텐츠에만 세액공제가 적용된다"며 "K출판, K문학이 주목받는 이번 기회에 (도서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도) 매듭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달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조세특례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논의한다. 상정으로 결론 나면 입법의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다. 8일 출판콘텐츠 세액공제 정책토론회에 정성호, 강유정 의원 등이 참석하는 것에 출판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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