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인정하는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4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눈엣가시로 여겨 온 UNRWA의 팔레스타인 구호 활동을 사실상 불법화하면서 이 단체의 퇴출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줄곧 UNRWA에 대해 ‘하마스 연계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제재를 추진해 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 명령에 따라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에게 UNRWA 활동을 허용하는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카츠 장관은 “테러조직 하마스는 UNRWA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며 “(작년) 10월 7일 학살에 가담한 직원과 하마스 대원이 다수 소속돼 있는 UNRWA는 가자지구의 문제적 요소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은 하마스 대원의 UNRWA 근무, 시설 악용을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카츠 장관은 ‘UNRWA의 무용론’까지 내세웠다. 그는 “UNRWA가 대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중 UNRWA를 통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고, 가자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테러리즘에 오염되지 않은 유엔 및 국제기구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협정 탈퇴는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가 자국 점령지 내 UNRWA 활동을 불허하는 법안을 가결한 데 따른 조치다. 이는 1967년 이스라엘 통제 지역에서 UNRWA가 팔레스타인 난민 상대 구호 활동을 하도록 허용한 협정이 체결된 지 57년 만이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을 최대한 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 전문 매체 옵서버는 해당 법률 발효 시점인 내년 1월 15일부터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UNRWA의 구호 활동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EU와 이스라엘 간 교역의 기반 협정을 무효화하는 시나리오마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EU 협정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얘기를 점점 더 많이 듣는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