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하기로 한 금투세는 4년간 공방만 벌이다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표심 앞에 정책 신뢰성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셈이다.
금투세는 금융상품 투자로 실현되는 모든 소득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2020년 말 여야 합의로 도입이 결정됐다. 근로소득, 이자소득 등에는 모두 세금이 붙는데 금융투자소득에만 ‘특혜’를 주는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 한 차례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폐지 결정 배경을 밝혔다.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개선해 시행하면 끊임없이 정부∙여당의 공격 수단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조세원칙을 강조해오던 수권정당 대표가 입장을 180도 뒤집는 결정을 하며 내놓은 변(辯)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뒤집어 말하면 1,400만 개미투자자들을 등에 업은 정부∙여당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서 원칙을 버리겠다는 얘기 아닌가.
금투세 폐지가 현실화하더라도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낮춰온 증권거래세 등을 환원시키는 것마저 눈감아선 곤란하다. 2020년 코스피 0.1%, 코스닥 0.23%이던 증권거래세율은 금투세 시행에 대비해 단계 인하돼 내년 각각 0%, 0.15%로 낮아질 예정이다. 금투세가 백지화되면 연간 1조5,000억 원 규모의 세금이 날아갈 거라는데, 거래세 인하로 인한 2조 원 넘는 세수 감소까지 감내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주식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높여주기까지 했다. 이대로 둔 채 ‘부자 감세’ ‘세수 펑크’ 운운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건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이 대표는 “상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는데, 이 또한 빈말은 아니어야 한다. 국내 증시 가치는 단지 세금이 아니라 기업실적, 주주정책 등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여∙야∙정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