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명태균 사태'와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마련한 이 자리에서 집권 하반기 정책과 4대 개혁 추진 등을 포함한 국정 쇄신 방안도 함께 공개한다고 한다. 어제 밤늦게 전격 결정된 만시지탄이지만, 국민 신뢰 회복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 윤 대통령의 겸허한 사과와 쇄신 의지 표명을 기대한다.
대통령실이 당초 이달 말쯤 계획했던 기자회견을 앞당긴 것은 최근 20%대 지지율 붕괴 이후 여권에서 분출하고 있는 쇄신 요구에 떠밀린 측면이 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 윤 대통령을 향해 '독단적인 국정 운영'을 거론하며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 전면 개편, 쇄신 개각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그제는 상임고문단과 시도지사 등 여당 주요 인사들도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명태균 사태를 방치하다가는 여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이에 어제 오후까지 "당장 정치적 대응은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았다가 반나절 만에 대국민 담화로 전격 선회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4대 개혁을 포함한 국정 홍보에 주력하거나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 등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와 연관된 의혹에 대한 가감없는 해명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한 대표가 요구한 대국민 사과와 개각 등 국정 전면 쇄신 요구에 부응하는 입장도 밝혀야 한다.
여권의 쇄신 요구에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독시킨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라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 부부 논란에 편치 않았던 민심은 안중에 없는 듯 자화자찬으로 채웠다. 이번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민심 수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이번에도 유체이탈 화법을 반복하거나 성찰 없이 국정 홍보로 모면하려 한다면 임기 후반부 국정 수습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