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옛 식민지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Ouagadougou)에서 시위대가 던진 돌에 차량이 파손되는 봉변을 겪었다. 갓 대통령이 된 만 39세의 마크롱은 현지 연설에서 “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러 오지 않은 세대”이자 “넬슨 만델라의 승리를 최고의 정치적 기억 중 하나로 간직하고 있는 신세대”라며 제국주의 역사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직후 마크롱 정부는 양국 미술사학자 등에게 프랑스가 보유한 아프리카 문화유산 현황 및 처분에 관한 공동 연구를 의뢰했다. 이듬해 11월 보고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문화유산의 최대 90%가 “동의 없이” 반출돼 대륙 외부에 소장되어 있으며 “모든 유물은 원칙적으로 영구 반환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시 1년 뒤인 2019년 11월, 마크롱 정부는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에 26점의 조각품 등 유물을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보유한 아프리카 유물은 중요한 것만 최소 9만여 점에 이르며, 대부분이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세계 주요 박물관이 청산되지 않은 제국주의의 유산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아프리카 유물은 중동-이슬람과 아시아 그리스-로마 유물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나폴레옹 전쟁 이후 식민지 침략전쟁의 전리품이거나 식민주의의 혜택을 받은 부유층-특권층의 기증품이다. 가령 대영박물관과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실질적인 설립자 한스 슬론(Hans Sloane) 남작은 자메이카 식민지 의사 겸 노예농장주로서 자신이 모은 재산과 유물로 박물관을 짓고 전시실을 채웠다.
프랑스대혁명 직후인 1793년 11월 8일, 국민회의는 왕정의 잔재이자 왕실 수집품 전시장을 겸한 귀족들의 사교장이던 루브르궁을 시민을 위한 공공박물관으로 개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