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접대 의혹'… 기업인 '무혐의', 법관도 '무징계' 가닥

입력
2024.1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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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업인 내사… 8월 무혐의 종결
법원 "현 단계 징계 사유 확인 어려워"

기업 재판을 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가 재계 인사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대법원이 해당 법관을 징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모임 주선자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인 경찰이 최근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 처분했고, 법원 차원의 조사에서도 별다른 징계 사유를 확인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소속 윤리감사관실은 서울고법 A부장판사에 대한 조사 끝에 최근 '무징계'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윤리감사관실에서 확인한 사실 등을 종합했을 때, 현 단계에서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징계를 위한) 추가 절차를 밟지는 않는단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른 문제가 제기되면 추가 조사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A부장판사는 2020년 한 투자컨설팅 업체 B회장이 주선하는 만남에 7차례 나가 고급 식사와 골프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B회장이 고위 공직자·기업인들과 함께하는 '로비 모임'을 여러 차례 주선했다는 주장이 함께 폭로되면서, 당시 민사재판부 소속으로 기업 관련 사건을 심리하던 A부장판사가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신중하게 대응했다. 윤준 서울고법원장은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랫동안 법관 생활을 같이해서 잘 아는데 그렇게 경우 없는 분이 아니고, 본인도 단순 친목이었다고 한다"며 경찰의 내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법원은 B회장을 상대로 해당 모임의 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판단을 우선 받아보겠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경찰은 약 1년간 조사를 벌여 올 8월 "B회장의 혐의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고, 이 결과를 확인한 법원도 무징계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했는데 여기서도 징계 사유로 삼을 만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최다원 기자
이승엽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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