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시아 파병 이후 한미일과 북러 간 동맹 축이 외교무대와 군사 협력 분야에서 세를 과시하며, 긴장의 끈을 더 팽팽히 잡아당기고 있다. 북러 군사협력의 산물인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미국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공중훈련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게 상징적이다. 현재의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대한 책임을 '미국과 추종세력' 탓으로 돌리는 북한에 맞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캐나다 등 다른 우방국가와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최선희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전략대화에 대한 공보문'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신문이 전한 내용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전적인 지지'다. 구체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당시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 국제정세에 대한 쌍방의 평가가 일치했다"며 "정세 격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의 도발행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침략정책을 억제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의 뒷배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에 대한 자신감은 북한의 대외 메시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ICBM 발사를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노선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자제한다고 조선반도에 평화가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제재나 압박, 위협 따위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사회를 향한 강경한 핵무력 강화 노선을 재확인한 데는 러시아 지지를 등에 업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유엔은 4일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북한 ICBM 발사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러시아는 북한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우려는 러시아의 북한 지지가 단순한 메시지 차원이 아닌 첨단기술 이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신형 ICBM '화성-19형'은 러시아 기술을 이용해 개량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개한 '화성-19형 분석자료'에서 "뭉툭해진 탄두부는 러시아의 RS-28 '사르마트'와 유사하고, 1단 추진체는 RS-24 '야르스'와 형상이 비슷하다"며 러시아 기술 지원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존 화성-18형에 비해 뭉툭하게 변한 탄두부는 다탄두형 개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탄두중량 10톤에, 핵탄두는 대형은 최대 10개, 소형은 16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차세대 ICBM인 '사르마트'와 유사한 위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관 직경도 커지고 길이도 길어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개량형 ICBM을 발사하면서 추가적인 엔진 시험도 없이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북러의 외교·군사적 밀착에 한미일도 긴박한 움직임으로 대응하고 있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앞세워 '원점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제주 동방 한일 간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구역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실시했다"며 "B-1B 전략폭격기가 한미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 이동, 가상의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하는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미 감시자산으로 도발 징후 포착 시 언제든 선제적 원점 타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시킨 셈이다. 원점 선제타격은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킬체인(Kill Chain)에 해당된다. 미국의 전략폭격기는 올해 4번째로 한반도에 전개했고, 한미일 공중훈련은 올해 들어 2번째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고리로 한 외교·군사협력도 확장하고 있다. 양국 외교·국방 수장은 지난달 30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이어 캐나다와 2+2 장관회의를 가지면서 북러 밀착에 대응한 세력 확장에 나섰다.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첫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서 양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유럽과 인태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중대한 긴장 고조 행위"라며 한목소리로 북러를 규탄하고 공동성명까지 채택했다. 한-캐나다 2+2 장관회의는 지난해 7월 채택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행동계획'의 후속 조치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과 러시아는 불법적이며 불안정을 초래하는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러시아에서 북한군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추가적인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지난달 한미일 등 11개국이 모여 발족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를 이행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