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점 판매액 증감을 보여주는 지난 3분기 소매판매액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째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게다가 침체가 소비 전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고가 상품인 내구재나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모두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회복세를 보였던 서비스 소비 회복세마저 2021년 1분기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특히 내수 경기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은 침체가 더 심각한 모습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경제상황을 “우리 경제는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으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라고 평가하며, 올해 5월부터 6개월 연속 ‘내수 회복 조짐’이란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그 근거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3분기 민간 소비가 직전 분기와 비교해 0.5% 증가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 감소세가 역대 최장 기록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직전 분기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한 분석일 뿐 아니라, 특히 올해 2분기가 전 분기 대비 -0.2%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기저효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무리해서라도 내수 회복 판단을 유지하려는 것은 내년 예산의 감세와 긴축 기조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뜩이나 대외 무역 환경이 불투명해 수출 전망도 어두운 상황에서 재정 긴축으로 소비 감소마저 계속된다면 내년 경제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오늘 시작하는 국회의 예산안 심사가 이런 위험을 줄일 마지막 기회다. 물론 여·야가 ‘尹 부부 예산 대 이재명 사업’ 삭감을 내세우고 있어, 순탄한 심사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과 나라 살림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발휘해 내수진작과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은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