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패자조 저승사자 출몰

입력
2024.1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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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신진서 9단 vs 백 이지현 9단
패자조 5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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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재개된 명인전은 타 대회와 다르게 패자부활전이 존재한다. 본선 토너먼트에서 탈락한 선수에게 패자 조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회를 가장 잘 살린 선수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이다. 신진서 9단은 2021년 44기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패자 조에서만 도합 12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명인전에 한정해선 ‘패자조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도 준결승에서 변상일 9단에게 패한 후 패자 조에서 김형우 9단을 꺾고 5회전에 진출했다. 한편 이지현 9단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유명한 기사. 1992년생으로 10년 넘게 랭킹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후에도 변함없는 성적을 유지했고,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로 선발돼 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신진서 9단의 흑번. 흑5의 생소한 수가 눈길을 끈다. 최근 신진서 9단의 대국 특징인데, 인공지능(AI)이 제시한 과정에서 자신의 수를 녹여내는 것을 벗어나 다른 관점을 시도해 보는 것 같다. 흑11까지 무난한 포석. 이지현 9단이 백12로 우상귀에 걸쳤을 때 신진서 9단은 재차 흑13이라는 낯선 수를 선보인다. 일반적인 진행은 1도 백1의 붙임. 흑6 방향으로 공격한다면 흑12까지의 진행이 예상된다. 실전엔 백이 백14, 16의 수순으로 반발하며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양상. 백22로 손을 빼 선수를 잡았다는 게 백의 장점이다. 백24로 좌변을 벌렸을 때 흑25는 치열한 부분전을 예고하는 수. 유연하게 둔다면 2도 흑1의 날 일자가 좋은 행마법. 흑3으로 두텁게 세력을 쌓으며 잔잔하게 흘러간다. 실전엔 백이 백26으로 좌변을 뛰쳐나오면서 부분전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형태가 됐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