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에 쓴소리한 '아동문학 노벨상' 책임자 "아이들의 세계는 더 확장돼야 한다"

입력
2024.10.31 18:55
린드그렌상 총괄책임자 오사 베리만 방한
강연에서 세계 만연한 '금서 문제' 언급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축하합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린드그렌상) 총괄책임자인 오사 베리만은 31일 한국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린드그렌상 관련 특별 강연에서다. 베리만은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수많은 현수막을 보았다면서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받아야 마땅한 인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린드그렌상은 '삐삐 롱스타킹'과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쓴 스웨덴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추모하려 제정됐다. 상금이 약 500만 크로나(약 6억 원)인,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 문학상이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품으로 소개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보수 시민단체의 표적이 된 상태에서 이날 강연에선 금서 문제도 언급됐다. 베리만은 2023년 린드그렌상 수상자인 미국 작가인 로리 홀스 앤더슨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앤더슨의 책은 거식증 등 아동의 심리 건강 문제를 다룬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금서로 지정됐지만, 스웨덴예술위원회는 린드그렌상을 줬다. 베리만은 "세상을 향한 선언이었다"며 "아이들의 세계가 더 확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책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 주제는 '아이들이 훌륭할 이야기를 접할 권리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유산'이었다.

동화 '알사탕' '구름빵' 등을 쓴 백희나 작가는 2020년 한국 작가 중에 최초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베리만은 "당시엔 스웨덴어로 번역된 백 작가 작품이 한 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여섯 편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책 작가"라는 이탈리아 평론가의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김민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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