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이 나와서 발표를 하라고 한다. 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린다. 친구들은 킥킥 웃는다.
#2. 거미 100마리가 나에게 기어온다. 도망가고 싶은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모두 꿈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림책 ‘날아!’는 이런 무시무시한 꿈을 꿀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준다. 공룡 티라노사우르스가 나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이불에 오줌을 싼 순간, 깊은 물에 빠지려는 순간, 집에 불이 난 순간, 이렇게 외쳐보자. “하나, 둘, 셋... 날아!”
아이들은 로켓처럼 순식간에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하늘에서 보니 그렇게 겁낼 필요가 없는 거였다. 내려다본 교실 칠판에는 큰 글씨로 ‘모르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두려워할 것 없이 그냥 모르겠다고 말하면 되는 거였다. 티라노사우르스에게 잡아먹힐 뻔한 건 알고 보니 영화 이야기였다.
하늘엔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치과가 무서운 엄마, 바퀴벌레가 무서운 아빠도 겁먹은 얼굴로 와 있었다. 두려움,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책은 토닥여준다. 무서운 상황과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을 객관화해 보자고 제안한다. 꿈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두려움의 순간에 잠시 나 자신을 다른 곳으로 보내보자고.
글을 쓴 박티팔 작가는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사이자 세 아이 엄마다. 악몽이 두려워 잠들기 무섭다는 막내에게 첫째 아이가 쉽고 기발한 해결책을 내놓아 온 가족이 웃었던 어느 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