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배드민턴협회장 해임 요구..."횡령·배임 수사 의뢰할 것"

입력
2024.10.31 11:25
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 최종 발표
대표팀 개인 트레이너, 스폰서, 국제대회 허용
보조금법 위반 관련 김택규 회장 해임 요구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 파리 올림픽 후 작심 발언을 했던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의 의견을 전부 들어줬다. 개인 스폰서와 트레이너를 허용하고, 비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길도 열어준다.

아울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의무화된 새벽 훈련과 산악 훈련도 부상 위험만 높인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반영해 폐지를 추진한다. 보조금법 위반과 관련해선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을 배드민턴협회 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

문체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최종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단·복식 특성에 맞는 맞춤 훈련을 위해 대표팀 코치진을 현재 13명에서 2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사실상 불허하는 개인 트레이너에 대해서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 이후 관련 제도가 정비된 대한축구협회 사례를 다른 종목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선수촌 내 외박, 외출, 빨래 등 부조리한 문화 개선

진천선수촌에 머무는 동안 주말과 공휴일 외출, 외박을 할 때 선배나 지도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조리한 문화도 개선하기로 했다. 청소·빨래 등 부조리에 대해선 내년부터 정기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주 4회, 월 2회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선수촌 내 새벽 훈련과 산악 훈련은 훈련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없앨 방침이다. 각 종목 선수단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훈련을 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없애 해외 리그, 해외 초청 대회에 마음껏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 후원 계약 역시 경기력과 직결된 라켓, 신발 등은 선수가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제도 개선 안 되면 관리단체 지정

문체부는 협회의 사무 검사·보조사업 수행 점검 결과도 밝혔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정부 지원 사업으로 셔틀콕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두 계약을 통해 약 1억5,000만 원 규모의 후원 물품을 받았다. 올해에는 1억4,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한 상황이다.

이렇게 전달된 후원 물품은 공식 절차 없이 지역에 임의 배부됐다. 문체부는 "횡령·배임 혐의로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송파경찰서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면서 회장 해임과 사무처장 중징계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요구했다.

보조금법 위반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전년도치 1억5,000만 원 반환을 명령했고 제재부가금 4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올해분 반환액은 사업 정산 후 확정된다. 또한 문체부는 김 회장이 내부 워크숍에서 욕설·폭언을 하고 과도한 의전을 지시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신고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우 문체부 조사단장(체육국장)은 "협회가 이번에도 고치지 않으면 자정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협회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선수 지원 외 다른 예산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