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2년 전 글로벌 금리 인상기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대폭 올린 탓이다.
31일 한국은행은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내고, 지난달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가 8월 말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4.2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담대(3.74%)와 전세자금대출(4.05%) 금리 모두 한 달 전보다 0.23%포인트씩 상승했는데, 주담대의 경우 2022년 9월 0.44%포인트 인상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2022년은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고속 상승했던 때다.
주담대 고정형(3.72%)의 경우 상승폭(0.23%포인트) 대부분이 은행 가산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수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와 가산금리의 합인데, 주담대 고정형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8, 9월 모두 3.22%로 변화가 없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올 초 공표한 가계대출 잔액 연간 증가율을 준수하기 위해 은행들은 금리 인상, 대출한도 축소 등을 통한 가계대출 조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도 NH농협은행은 "다음 달 1일부터 잔금대출·디딤돌·정책대출을 제외한 주담대 만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한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방침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재취급할 예정이었으나, 다른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강화하자 쏠림 효과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변동형(4.08%)은 지표금리인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하락하며 상승폭이 0.04%포인트로 제한됐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더 많이 오르면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2개월 연속 하락한 65.4%를 기록했다.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도 2개월 연속 줄었지만, 여전히 90%를 웃돌고(94.4%) 있다.
정기예금 재예치 및 유동성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자금 유치에 나서면서 저축성 수신금리는 4개월 만에 상승했다. 그러나 인상폭은 가계대출 금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달 새로 취급한 저축성 상품 금리는 전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한 3.4%에 그쳤다. 가계대출 금리가 더 큰 폭 상승하면서 은행 수익과 비례하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 수신금리)는 4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보다 확대된 1.22%포인트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