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밤 비행을 하는 동안” 옆자리 승객이 어린 시절 밤마다 시달린 악몽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 ‘승객’을 시작으로 괴상하고 불가사의한 10편의 소설이 이어지는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단편소설집 ‘기묘한 이야기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토카르추크의 단편소설집으로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2018년에 나온 작품이다.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마치 식물처럼 보이는 초록색 피부의 아이들,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죽자 수십 년 전 제조된 집 안 곳곳의 병조림을 하나씩 먹어 치우는 50대 남자,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른 생명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으려는 여성.
‘기묘한 이야기들’은 이처럼 각기 다른 시공간에 사는 괴이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기묘함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게 하는 장치다. “문학은 일어난 일과 일어날 수 있는 일 사이의 공간을 창조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이것이 문학의 본질”이라는 것이 작가의 말이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자연의 울타리 속에서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에코토피아를 지향”(최성은 한국외대 교수)하는 토카르추크의 작품답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묻는 작품들이 수록됐다. 토카르추크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한다. “당신과 저 낙엽송 사이의 간극이 낙엽송과 저기 있는 딱따구리 사이의 간극보다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유가 대체 무엇”(‘트란스푸기움’)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