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 여러 채를 매입해 전세 보증금 173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저금리로 전세 보증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초년생들을 표적삼아 사기 행각을 벌였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0일 사기·부동산실명법·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건물주 A(40대)씨와 공인 중개사 B(50대)씨 등 2명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가 건물을 임대하도록 명의를 빌려준 어머니 C(80대)씨와 부동산 중개인 D(30대)씨 등 17명은 부동산실명법 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020년 7월 23일부터 올해 6월 22일까지 전주의 다세대 주택에 입주한 세입자 235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73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체 피해자 중 94%(221명)는 20·30대 청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부동산 중개조(6명), 명의수탁자(7명) 등 역할을 분담해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신용불량자인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과 전세 대출금으로 다세대 주택 19채를 순차적으로 매입했다. A씨가 구입한 빌라 중 9채는 C씨, 나머지 10채는 지인 등 다른 사람의 명의였다. A씨는 일부 호실을 불법 리모델링한 뒤 세입자들에게 실제 매매 대금보다 3~4배 높은 전세 보증금을 받아 매입 대금을 충당한 뒤 돌려주지 않았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이다.
A씨 등은 청년 세입자들에게 "무주택자 청년의 경우 전세 보증금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임대 계약을 유도했고, "집주인(A씨)이 건물을 여러 채 있고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세입자들을 속였다. A씨는 편취한 돈으로 찜질방, 교회, 오락실, 카페 등을 매입하는데 사용했으며 세입자들은 최소 5,000만 원에서 최대 1억 1,000만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서 집값 시세를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을 통해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해 관련 부동산에 대한 추징 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