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간첩법으로 한국인 첫 구속, 정부 적극 대응을

입력
2024.10.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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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교민 A씨가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말 중국 국가안전국에 연행된 A씨는 가족과 연락도 통제된 채 5개월간 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 구속됐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2016년 중국 반도체 기업으로 옮긴 A씨는 중국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한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중국에서 개정 반간첩법이 시행된 뒤 우리 국민이 구속된 건 처음이다.

중국은 반간첩법을 강화하며 기존 40개 조항을 71개로 확대하고, 간첩 행위를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으로 명시했다. 국가안보와 이익의 범위는 중국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귀에 걸면 귀걸이식 법 적용이 우려된다. 중국은 한중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하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한국보다 못한 중국 기업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 자체가 상식과는 크게 어긋난다. A씨의 인권과 방어권을 보장하는 건 기본이다.

우리 국민이 구속됐는데도 주중한국대사관이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한 건 실망스럽다. 대사관은 반간첩법으로 우리 국민이 체포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영사 조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대사관 해명도 못 미더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 제약회사 직원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구속되자 일본 정부가 조기 석방을 공개 요구한 것과도 대비된다. 외교부는 중국과 당장 협상에 나서 교민의 권익을 지키고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중국이 반간첩법을 완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미중 충돌 속에 유사 피해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25만 명의 교민과 주재원, 유학생은 물론 중국으로 여행을 간 경우에도 촬영이나 언행 등을 각별히 주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상호주의 입장에서 우리도 중국으로 첨단 기술과 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촘촘한 법망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