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당 중진들이 어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결자해지”를, 국민의힘을 향해선 소통에 나서 달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 의원 등이 조찬모임을 갖고 현재의 집권세력 분열 사태 봉합을 시도한 건 당연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나경원 의원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이거나 친윤석열계, 또는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부류다.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치 중인 한동훈 대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성명 내용도 “당은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그럼에도 ‘비한동훈계’ 중진 5인이 대통령실을 비판한 걸 보면 지금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여론지형에 따른다면 오히려 더 강하게 대통령실의 변화를 압박했어야 맞다. 중진 5인은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The buck stops here’ 곧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선언한 깊은 책임감과 당당한 자신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그때의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돌아가 결자해지 자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용산발 온갖 리스크에,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매듭을 풀라는 뜻이다.
여당 정치인이라 해도 결코 민심에 반할 수는 없다. 이들은 비록 양비론적 스탠스를 취했지만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정부여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는 일침을 피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공개 라디오 토론회에서 친윤, 비윤을 가리지 않고 김 여사 문제를 두고 한동훈, 윤상현 후보가 “법 앞에 평등”을 강조했고, 원희룡 후보는 “당당히 조사받고 진솔하게 얘기하면 국민은 자기를 낮추는 사람에게 마음이 열려 있다”고 설득하듯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도 “수사에서 원칙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중진 5인이 공동성명을 내며 어렵게 말을 꺼낸 의미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특단의 민심수습책으로 이에 화답해야 국민 상식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