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 "'지옥', 내 연기 인생서 중요한 작품" [인터뷰]

입력
2024.11.03 15:42
배우 김신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2' 관련 인터뷰
지난 시즌과의 차별화 꾀한 지점
배우가 짚은 '지옥'의 작품관

지난 2020년 드라마 '방법' 이후 장르물의 퀸으로 거듭난 김신록이 다시 '지옥'으로 돌아왔다. 김신록에게 연기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통로'다.

최근 김신록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의장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신록은 지난 10월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전,란'에 '지옥2'까지 하반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신록은 "운 좋게 전혀 다른 작품과 세계관으로 찾아뵙게 됐다"라면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김신록에게 '지옥'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2021년 '지옥'에서 박정자 역할로 신스틸러에 등극하면서 그에게 본격적인 전성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옥' 이후 '모범가족' '재벌집 막내아들' '무빙' '스위트홈2' 등 다수의 OTT 작품에서 활약하게 됐고 김신록에게 '지옥'은 배우 인생에 주요한 터닝포인트다. 이를 두고 김신록은 "'지옥'은 제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작품이다. 그것을 떠나서 아주 좋은 작품이다. 아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영광이고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부활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2는 시즌1에서 8년이 지난 시점, 시연을 받은 박정자와 정진수가 부활하는 전개로 시작된다. 김신록은 이 부분을 초점에 맞춰 인물의 차별화를 설명하고자 했다. 시즌1에서 박정자는 시연을 받은 후의 두려움, 살고자 하는 갈망, 또 아이들을 향한 모성애를 몰입도 높게 표현했다. 이번 시즌에서 박정자는 지옥을 경험한 자의 혼란스러움, 또 공허함 등을 임팩트 있게 연기했고 시청자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김신록은 "극중 박정자가 지옥에서 큰일을 겪은 후의 낙차를 두려움 없이 펼쳐내고자 했다. 시즌2는 인간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본에 각 개인의 지옥이 다르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가 흔히 사는 게 지옥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개인, 내밀한 지옥, 고통의 액기스를 질문하는 것이다. 지옥을 장소적인 개념으로 그리기 보단 나에게 어떤 경험, 지점이 고통스러울까 그런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김신록의 답변처럼 극중 박정자는 지옥에 대해 "끝없는 고통과 절망, 느낌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박정자는 아이들을 계속 그리워하면서 닿고 싶어 하는 열망을 드러낸다. 절망과 그리움이 계속 교차하면서 인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박정자가 지옥에서 돌아오며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왜 박정자가 예언자가 됐는지 많은 추측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신록은 이 이야기가 '답을 찾는 작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치 '지옥'에서 불특정한 사람들이 고지를 받는 것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김신록은 '지옥'을 두고 "'왜 그럴까'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다만 그랬을 때 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질문을 할 순 있다. 지옥을 상상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내게 소중한 것을 떠올렸다. 제게 지옥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것을 생각하게 된 작품이다. 제겐 남편, 또 가족들이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것을 초월한 듯한 표정의 박정자를 연기하면서 김신록은 지난 시즌보다 더 과감해지겠다는 각오로 임했단다. 원작, 종이 속 그림이 실사로 옮겨졌을 때의 역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김신록은 한껏 리얼리즘을 벗어났다. 그리고 박정자의 추동력인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 미래로 향하고자 하는 열망이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더욱 동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목소리나 걸음걸이, 폐쇄된 공간에서 기면 증세를 보일 때조차도 일상적이지 않도록 보이게끔 했고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이는 김신록에게 오히려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 됐다. 매 순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통일성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도전할 수 있었다. 그는 대본과 해석을 본 후 설계한 것을 구현하는 기존 연기 방식을 떠나 현장 디렉션 안에 자유롭게 뛰놀았다.

'전,란'과 '지옥2'는 같은 시기에 촬영됐지만 정반대의 역할을 해냈다. 이에 김신록은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입혀준 대로 연기를 한다. 그만큼 감각적으로 저를 둘러싼 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두 현장은 세계가 너무나 다르다. 이 둘을 분리하는 시스템적인 도움을 받았고 수월하게 연기했다"라고 회상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신록은 숨 가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독 임팩트가 강렬한 캐릭터들을 소화하지만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는 없단다. "제가 인물을 설계할 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조합 안에서 감각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요. 인물로서는 대본에서 배치를 하는 거죠. 리딩 현장에 가면 모든 배우를 보고 이 프로덕션 안에서 조화, 어떤 위치를 가지면 좋을까 고민해요. 상대적인 위치로 갖기 때문에 수월하게 변이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대본을 만나는 일, 새로 만나는 배우들이 좋아요."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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