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배구 사상 첫 통합 5연패를 노리는 대한항공이 올 시즌 개막 이후 2경기 연속 패하며 흔들리고 있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전력 손실이 큰 데다 '노장' 주전 선수들이 많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2024~25시즌 V리그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내리 3개 세트를 내주며 2-3(25-22 28-26 21-25 23-25 10-15)으로 역전패했다. 직전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도 2-3으로 져 2연속 패배를 당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결승에서 현대캐피탈에 2-3(25-15, 23-25, 25-19, 19-25, 13-15)으로 패해 우승컵을 내준 게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KOVO컵은 V리그 전초전으로 각 팀들의 한 시즌 농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한국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4년 연속 동시 제패하는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우승을 일궜던 멤버 구성이 올 시즌엔 달라 힘에 부칠 수 있다.
일단 '부상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남자배구에서 10억8,000만 원으로 가장 '몸값'이 높은 한선수(39)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정지석(30·9억2,000만 원)이 제 기량을 찾지 못하는 건 엄청난 변수다. 대한항공의 주포인 정지석은 부상으로 인해 회복이 더뎌 폼이 올라오지 못한 상황.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KOVO컵에서 정지석을 리베로로 '깜짝' 기용한 이후 V리그에도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리베로로 활용하고 있다.
팀의 공격을 주도하던 요스바니의 부상도 치명타다. 요스바니는 어깨 부상으로 전날 현대캐피탈전에서 제외됐다. 군입대한 임동혁(상무)의 부재도 뼈아픈 상황이다. 요스바니와 임동혁의 자리는 이란 출신 아시아쿼터 아레프가, 정지석의 자리는 정한용(23) 등이 메워주고 있지만 버거울 수밖에 없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규민(34)과 OK저축은행과 개막전에서 개인 최다 25득점한 이준(25)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김규민은 현대캐피탈전에서 블로킹 이후 착지하다 발목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왔다. 이준은 부상 탓인지 이날 경기에 결장했다. 여기에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나간 리베로 오은렬이 하필이면 라이벌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것도 대한항공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노장' 주전들이 많아 '뒷심 부족' 평가가 따른다.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34)를 비롯해 김규민, 이수황(34) 등의 체력적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대어' 고교생 세터 김관우, 인하대 미들블로커 최준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장기 레이스의 열쇠로 보인다. 31일 삼성화재와 경기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