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의 맞보복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응'에서부터 '탄도미사일 1,000기 발사'까지, 다양한 방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의 바람은 역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일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군에 '이스라엘의 공격 시 여러 군사적 대응 계획을 고안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복 공격과 관련, 이스라엘의 맞보복 강도에 따라 이란도 '재반격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신문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2명을 포함, 이란 관리 4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하메네이가 설정한 '레드라인'은 이란 석유·에너지 인프라 타격이다. 이란의 핵시설 공격이나 고위 관료 암살 때에도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반면에 군사기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한적 보복' 땐 별도의 대응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NYT는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확전을 피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재보복 시나리오에는 '저항의 축'(반미국·반이스라엘 동맹) 지원 확대 등도 포함됐다. 이미 격렬한 공습을 주고받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전투가 더 격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또 국제 주요 항로인 걸프만·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무력 시위 옵션도 제시됐다. 국제 원유 물동량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글로벌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탄도미사일 1,000기 발사'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했던 탄도미사일 181기(이스라엘 추정·이란은 '200기 발사' 주장)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이스라엘의 '2차 맞보복' 가능성도 커진다. NYT는 "이란·이스라엘 간 전면전까지 벌어지면 중동 휴전 노력은 좌절될 것"이라며 "미군 개입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대(對)이란 보복 작전 계획을 조정한 듯한 모습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 시점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미국 정보당국 문서 유출' 사건이 계기였다. 해당 문건에는 '이스라엘이 15, 16일 이란을 겨냥해 전투기 장거리 비행·공중발사탄도미사일(ALBM) 발사 등을 연습했다'는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 소식통은 신문에 "문서 유출 이후 특정 (보복) 전략 및 세부 요소를 변경해야 했다. 보복은 있을 것이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레바논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전방위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 중부 알누세이라트의 학교 건물을 타격해 최소 1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생후 11개월 영아도 있었다. 25일에도 가자 남부 칸유니스 공습으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공격과 관련해서도 "24일 목표물 200여 개를 타격했고, 헤즈볼라 라드완 특수부대 지휘관인 아바스 아드난 모슬렘을 사살했다"고 2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