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주' 남편 공개재판 세운 프랑스 여성 "나는 수치스럽지 않다"

입력
2024.10.25 13:00
아내 성폭행 사주한 프랑스 남성 공개 재판
"수치심은 가해자 몫" 피해자 본인 이름 공개

남편이 기획한 성범죄로 9년 간 수십 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프랑스 70대 여성이 재판에 출석해 "나는 부끄럽지 않다, 수치심을 가져야 할 건 그들(가해자)"라고 말했다. 이 피해자는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알리고 가해자에게 적극 맞서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개 재판을 요구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피해자인 지젤 펠리코(71)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공개 재판에 출석해 "이 재판이 다른 여성들에게 용기를 전해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4일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첫 심리에서 비공개 재판을 요청한 검찰에 맞서 '공개 재판'을 요구하고 자신의 이름도 공개했다. 프랑스에선 성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대부분의 성범죄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한다. 그러나 그의 요청으로 재판 시작 전까지 가명으로 알려졌던 그의 이름은 실명으로 보도되고 재판도 공개됐다.

이번 사건으로 이혼한 지젤의 전 남편인 도미니크 펠리코는 아내의 음식에 몰래 약물을 타서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익명의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사주하고 불법 영상까지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동안 70여 명이 넘는 남성을 끌어들여 92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지젤은 이날 법정에서 “완벽한 남자였던 남편이 어떻게 나한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었다”며 “강간범은 늦은 밤 주차장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니며, 우리의 가족과 친구 중에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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