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올해 초 예멘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홍해 인근 상선 공격을 지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지를 명분 삼은 후티의 무력시위에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과 유럽 국방 관료 2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후티에 표적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후티에 넘긴 것은 인공위성 사진 자료다. 후티가 홍해 유역을 지나는 선박을 보다 잘 식별·공격할 수 있도록 역내 항해 데이터를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위성 자료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을 통해 후티에 전달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WSJ는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주도 서방 국제질서를 훼손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의향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후티가 세계 주요 항로인 홍해 유역에서 무력시위하는 것을 지원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대(對)미국 적대감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8월 기준 홍해 항로를 지나는 국제 유조선 교통량은 지난해 10월보다 77%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티는 작년 11월부터 '하마스 지지'를 외치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번 지원으로 러시아가 지역 분쟁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혹이 확인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소요 사태를 자극한다는 취지다. 독일 베를린의 싱크탱크 카네기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WSJ에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 전장 바깥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환영할 소식"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우크라이나로부터 돌릴 수 있고 미국도 방공망과 탄약을 중동 전장에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