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가자지구 새 휴전 방식 논의 중"… '전방위 맹폭' 이스라엘 수용할까?

입력
2024.10.24 17:22
13면
"인질 소수 석방 및 교전 일시 중단"
기존 '전면 석방 및 종전안'보다 축소
"신와르 사망 뒤 하마스 변화 시험"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새로운 휴전 협상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면 철수' 논의보다 협상 규모를 줄여 교착 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동 전황이 악화일로여서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약 1주일 반 단기 휴전 논의"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들에게 "(휴전 협상 관련) 새로운 접근법을 두고 그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1일부터 중동을 순방하고 있으며 전날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이날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튿날인 24일에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미국은 종전을 위한 다양한 옵션에 열려 있다"며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앞으로 수일 내 협상국들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팔레스타인에 1억 3,500만 달러(약 1,862억 원)의 추가 원조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새 접근법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NYT는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소수 인질을 돌려주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세를 잠시 중단할 의향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질 소수 석방 및 가자지구 교전 일시 중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의 한 관리도 "인질 일부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약 일주일 반 동안 단기 휴전을 체결할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NYT에 말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발표했던 '3단계 휴전안' 논의보다 축소된 것이다. 3단계 휴전안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 및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전면 철수'를 전제 삼고 있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일주일 교전 중지'보다 훨씬 적극적인 대화가 오갔던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3단계 협상안은 지난 4개월 동안 교착 상태를 이어왔다.

미국 정부는 새 제안이 협상 동력을 되살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특히 하마스가 지난 16일 수장 야히아 신와르 사망 이후 입장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전쟁 강경파'였던 신와르가 사라진 현시점에 보다 가벼운 협상 제안으로 하마스 지도부 의중을 시험해보겠다는 취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협상 타결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신와르가 사라진 지금이 인질을 귀환시킬 진정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이란 보복" 재다짐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하마스 지도부가 이미 공식적으로는 전쟁 기조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공세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이날 격한 공습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은 대(對)이란 보복도 연일 다짐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날 엑스(X)를 통해 "우리가 이란을 공격하면 모두가 이스라엘의 힘과 훈련, (보복) 준비 과정을 이해할 것"라고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반격 의도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 영토에 탄도미사일 최소 181기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