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수출 주도 성장, 3분기 0.1%... 연 2.4% 어려울 듯

입력
2024.10.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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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1년 9개월 만에 역성장
내수는 회복세이나 속도 더뎌
"4분기 수출 반등 불확실성 커"

3분기(7~9월) 한국 경제가 0.1% 성장에 그쳤다. 수출이 1년 9개월 만에 역성장한 데다, 내수 회복세는 더딘 결과다. '연 2.4%' 성장이 불투명해졌다.

24일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보다 0.1% 성장했다고 속보치를 발표했다. 시장 예상(0.5%)은 물론 한은이 8월 처음 공표한 분기 성장 전망 0.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2분기 한국 경제가 0.2% 역성장했음을 감안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5%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이 뒷걸음친 영향이 컸다. 3분기 수출은 0.4% 역성장했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반해 수입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전분기(1.6%) 수준의 1.5% 성장을 유지하면서,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순수출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내수 부진을 만회할 정도로 성장 기여도가 컸다.

자동차, 화학 등 비정보기술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컸고,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정보기술(IT) 수출도 둔화한 결과다.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는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파업, 시설 보수공사 등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2차전지 등 화학, 전기장비 등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IT부문은 그간 증가폭이 컸던 탓에 조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는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회복 속도가 완만하다는 평가다. 특히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이 모두 줄어 2.8%로 역성장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각각 0.5%, 6.9%로 성장 전환했고 정부소비 성장률이 0.6%를 유지하면서, 내수1의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반등했다.

4분기 1.2% 성장해야 연 2.4% 달성 가능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성장률 2.4%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술적으로 4분기 성장률이 1.2%를 기록해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크다. 4분기 수출에 대해 신 국장은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플러스 전환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면서도 "8월 전망 때와 달리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고, 중국 경제도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하다. 확신을 갖고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3분기 민간소비 동력이 됐던 신차, 휴대폰 출시는 일회성 요인이라 "4분기에는 영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보다 높은 2.6% 성장을 전망했던 정부는 "4분기 경기 여건을 면밀히 살펴 수정 전망 여부를 내겠다"고 말을 아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영상으로 1급 간부회의를 개최하고 "3분기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한은 경기 전망 지나치게 낙관적"

전문가도 연간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을 보였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년 1월까지 동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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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4분기에도 3분기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연간 성장률이 2%를 넘는다"며 "금리를 내려야 할 만큼 성장률이 낮지 않다. 게다가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이 금리를 내리기에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환율은 70원 이상 급등해 1,380원 초반까지 치솟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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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3분기보다 개선돼 연간 성장률은 2.3%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1.4%)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았기 때문에 수준 자체가 많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에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다는 견해는 일치했다. 신 교수는 "한은이 수출 기저효과를 제대로 따지지 않아 전망 때마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시장은 물가 안정과 성장률 둔화를 예견하고 일찌감치 금리를 낮췄다"며 "시장이 맞았고 한은은 틀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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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는 재화(승용차, 통신기기)와 서비스(의료, 운수 등)가 모두 늘었고, 설비투자는 지연됐던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항공기 투자가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속했다.
윤주영 기자
세종=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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