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체결된 '호주·영국·미국 3자 안보협력(AUKUSㆍ오커스)'은 두 축(Pillar)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1축(Pillar Ⅰ)'은 미·영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공급하기 위해 3국이 협력하는 것이며, '제2축'은 첨단 기술 공동개발과 상호운용성을 강화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은 한국과 오커스 간의 '제2축'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17일 열린 오커스 3주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오커스 3국이 캐나다, 뉴질랜드, 한국과 '제2축' 협력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제2축은 6개 기술분야(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해저 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전자전)와 2개 기능 분야(혁신, 정보 공유)로 구성된다. 이에 더해 오커스 3국은 올해 '장거리 화력 발사기'도 공동개발키로 했다. 다만 각 분야에서 작업반, 포럼 등이 가동되고 있지만 구체적 성과는 미미하다. 공동 개발하려는 첨단 기술이 대부분 민·군 겸용이어서, 각국이 무기 수출 통제, 정보 공유 및 보안, 지식재산권, 상업화 등 관련 국내 법제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체결이래 오커스 3국은 제도 정비를 위한 자국 내 절차에 집중해왔다.
한국도 오커스 제2축 참여를 긍정 검토하고 있다. 5월 1일 호주와의 '2+2' 외교·국방 장관 회담 이후 신원식 국방장관도 오커스 제2축 참여를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중국의 반발, 자체 방위역량 저하, 공동 연구와 개발에 드는 막대한 비용 등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한국이 얻을 편익이 비용을 상쇄한다는 긍정론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오커스 3국은 민·군 첨단 기술 개발과 활용의 선도 국가다. 한국이 참여하면 첨단 기술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수 있다. 우리 군의 전투 능력과 상호운용성도 향상될 것이다. 오커스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운영하는 주요한 소다자 안보협의체 중 하나여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 준다. 일본은 참여하는데 한국이 망설인다면, 우리 위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국의 참여가 결정된다면, 참여 시기와 분야, 수준에 관한 면밀 검토가 필요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개발된 첨단 기술에서 우리의 지분이 커진다. 다만 오커스 3국이 한국에 관련 법제 정비와 더불어, 3국과 유사한 산업 보안 표준과 데이터 공유 및 관리 플랫폼을 갖추도록 요청할 것이다. 이를 준비하는 데 적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