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박 3일'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입력
2024.10.23 18:17
21면
삼성과 KS 1차전 5-1 승리
6회초 0-1로 재개된 경기서 전상현 투입 승부수
상대 폭투에 7회 이후 터진 타선으로 역전
'필승조' 4이닝 무실점 완벽투

비는 결국 KIA의 편이었다. 가을야구 사상 초유의 우천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게임 선언으로 2박 3일간 펼쳐진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이 KIA의 승리로 끝났다.

KIA는 23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재개된 삼성과 KS 1차전에서 상대 계투진의 난조와 경기 후반 터진 타선의 힘을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이로써 KIA는 2017년 이후 7년 만의 통합우승이자 12번째 KS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40차례의 KS(1982년 무승부·1985년 KS 미개최 제외)에서 1차전을 잡은 팀이 우승한 건 29차례(72.5%)에 달한다.

21일 개시한 이 경기는 당일 쏟아진 비 탓에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고, 다음날엔 그라운드 사정으로 재개 일자가 하루 더 미뤄졌다. KIA는 위기 상황에서 다시 시작된 경기에 깜짝 투수를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1일 제임스 네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장현식을 내리고 셋업맨 전상현을 투입한 것. 전상현은 정규시즌에서는 주로 리드 상황이나 경기 막판 기용됐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그를 6회 끌려가는 상황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1차전을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 감독의 승부수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전상현의 첫 상대였던 김영웅이 포수 앞에 떨어지는 번트를 대자 KIA 포수 김태군이 이를 3루로 던져 2루 주자 르윈 디아즈를 포스 아웃시켰다. 전상현은 이어 후속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단숨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이재현을 투수 땅볼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1차전 최대 위기를 벗어난 KIA는 결국 7회말 경기를 뒤집었다. 2사 2·3루 박찬호 타석 때 나온 상대 투수 임창민의 폭투로 1-1 균형을 맞췄고, 이어진 2사 1·3루 소크라테스 브리토 타석 때 또 다시 나온 폭투로 역전에 성공했다. 소크라테스는 흔들리는 상대 마운드를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가점까지 올렸다.

올 시즌 KIA의 최고 히트상품 김도영도 힘을 보탰다. 그는 2사 2루에서 좌전 안타를 쳐 소크라테스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점수차를 4-1까지 벌렸다. 기세를 탄 KIA는 8회말 최원준의 우익수 방면 안타에 이은 김태군의 좌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선 선발 제임스 네일이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한데 이어, 전상현(1.2이닝) 곽도규(1.1이닝) 정해영(1이닝)으로 이어진 필승조가 4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전상현은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곽도규는 KS 첫 등판에 구원승을 올렸다. 또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은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내면서 기나긴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불펜 투수 중 전상현의 구위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는데, 기대만큼 위기를 잘 막아줬다"며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전상현을 꼽았다. 이어 "타자들이 부담을 덜고 타격에 임하면서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며 "타격감이 2차전에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 선발 원태인은 5이닝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정규시즌 다승왕(15승)의 위용을 뽐냈지만, 쏟아진 비와 계투진의 난조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6회초 에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잘 추슬러 2차전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광주 =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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