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올려다보던 가자지구의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구호품 파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참변이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난민촌 임시 텐트에 살던 3세 소년 사미 아야드는 지난 19일 항공기가 투하한 구호품 운반용 나무 판자에 맞아 즉사했다. 아야드의 할아버지는 아야드가 죽기 직전 낙하산 달린 구호품이 떨어지는 광경을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구호품이 자신에게 떨어진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고 한다. 아야드의 삼촌은 "우리의 삶은 수치, 죽음, 공포"라며 "우리는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트려 줘야 할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봉쇄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고육지책으로 항공기를 동원해 구호품 공중 투하를 해왔다. 하지만 양 자체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안전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지난 3월에는 해변에 떨어진 구호품을 주우려 앞다퉈 바닷물에 뛰어든 팔레스타인 주민 12명이 익사한 사고도 있었다.
1년 넘게 지속된 전쟁으로 폐허가 된 탓에 가자에선 이 같은 '생지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금 당장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가자 경제가 전쟁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데 350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를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4분기 가자의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80.8% 급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건설업 생산량이 96% 감소했으며, 농업(93%), 제조업(92%), 서비스업(76%)도 모두 줄어들었다. 올 1분기 실업률은 81.7%로 치솟은 상태다.
올해 1월 기준 기반 시설의 물리적 피해 규모만 185억 달러(약 25조5,000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2022년 가자 GDP의 7배 수준이다. 전쟁으로 인해 주거용 건물은 62%, 학교는 88%가 손상되거나 무너진 것으로 집계됐다. 물과 위생 부문 기반 시설은 59% 이상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 봉쇄로 사실상 '기아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동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일명 '장군들의 계획'을 실행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퇴역한 이스라엘군 고위 장성 그룹이 제안한 이 계획은 가자 북부에 대피 명령을 내린 다음 몇 주간의 시한을 둔 뒤 식량·물 등 구호품 제공을 아예 끊어버리는 작전이다. 시한 내 떠나지 않고 머무는 이들은 민간인이 아닌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굶겨 죽이자는 의미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이 작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