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장기간 지속되어온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일단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전공의 대표의 불참을 들어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모든 조건이 갖춰지길 뒷짐 지고 기다릴 게 아니라, 야당도 적극 참여해서 성과를 내는 데 일조하는 게 우선이다.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단체를 보면 전공의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의를 설득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수준으로는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진 의장은 “성과 도출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한다.
물론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지금의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만큼, 전공의들의 협의체 참여는 사태 해결의 핵심이긴 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공동으로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밝히면서, 협의체의 성과에 대한 전망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이유로 협의체 참여를 늦출 게 아니라, 우선 참여해서 의료단체들의 합류를 설득하고 해결책 모색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야당도 집권 시절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현재도 증원을 지지하는 입장 아닌가.
특히 지난달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을 때, 민주당은 “신속히 가동하자”고 했다. 심지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먼저 제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참여를 미루는 건 제1야당으로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현재의 의정갈등 및 의료공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선 여야 가릴 것 없이 적극적인 설득과 협의가 필요하다. 여당이 참여를 요청한 15개 의료계 단체·기관 중에서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등 협의체 참여를 논의해보겠다는 단체들이 더 나오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즉각적인 협의체 합류와 역할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