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무역 때리는 트럼프·해리스, 캠페인은 중국산 굿즈가 점령 ‘아이러니’

입력
2024.10.23 14:55
정가 10분의 1에 쇼핑몰서 판매

미국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이 대중 무역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이지만 정작 선거 캠페인용 상품은 중국산으로 넘쳐 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되든 대중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선거 캠페인에 중국산 제품이 동원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더 많은 유권자가 캠페인용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 제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테무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정가의 10분의 1에 불과한 미국 대선 캠페인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적힌 모자는 공식 매장 정가인 40달러(약 5만5,000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4달러(약 5,000원) 수준으로 테무에서 팔렸고 ‘카멀라 해리스 2024’가 적힌 모자 역시 해리스 캠프 공식 매장에서는 47달러(약 6만5,000원)이지만 테무에서는 3달러(약 4,000원)가 채 되지 않았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두 후보 지지자들이 정식매장 대신 중국산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2016년부터 미국 대선 캠페인용 티셔츠 등을 생산해온 아메리칸 루츠의 설립자 벤 왁스먼은 VOA에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제조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에서 유통되는 엄청난 양의 제품들이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과 사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VOA는 중국산 제품의 정확한 점유율을 확인할 순 없지만 아마존, e베이, 테무 등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제품의 양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후보 캠프에서 캠페인 제품에 지식재산권을 적용해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 △미국이 개인에 하루에 수입하는 제품이 800달러를 넘기지 않을 경우 면제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았다. 다만 미국 섬유업계 관계자들은 “두 후보가 대중 무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중국산 제품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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