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계기로 정치 중립적인 교육자치 구현이란 취지로 2007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 취지가 훼손됐다는 우려가 다시 나온다. 현행 직선제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허울만 남았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정당의 공천과 지원이 금지될 뿐, 선거 양상은 정당 공천을 받는 정치인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운동 기간 진보 진영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파란색 유세 차량 등을 썼다. 보수 진영 후보는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 착용 등으로 유세에 나섰다. 진영별로 후보 동선마다 '민주당' '국민의힘'이 적힌 명함이 오가곤 했다.
진보·보수 후보들은 진영 논리와 이념 대결을 부각하는 선명성 경쟁을 앞다투며 다분히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교육감 출마 인사들은 지난달 출마 선언 회견에서 "이념으로 오염된 학교를 정화시키겠다"(조전혁 후보)거나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 탄핵으로 가는 징검다리"(곽노현 전 교육감) 등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선거 승리의 관건인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진영 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난립한 후보들의 입이 더 거칠어졌다. 올해 8월 말 전임 조희연 교육감의 당선 무효형 확정으로 치러진 터라 선거준비 기간이 짧았고, 지방선거 등 큰 규모 선거가 같이 열리지 않아 현저히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면서 진영별로 지지층 결집에만 주력한 모양새였다.
교육감 선거는 직선제가 도입된 18년간 정파성 짙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렀고, 그럴수록 유권자들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깜깜이' 선거가 돼왔다. 서울에 직선제가 생긴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투표율(23.5%)이 이번에 나왔다. 대표성이 무색해진다는 말이 나온다. 정근식 신임 교육감의 득표율은 50.24%인데, 전체 유권자 11.6%의 지지에 그친다.
후보들의 자질과 교육 정책 공약을 공개 점검할 기회도 없다는 건 핵심 문제로 꼽힌다. 올해 시교육청 기초학력 관련 사업 예산(452억 원)을 훌쩍 넘는 560억 원대 세금이 이번 선거에 쓰였으나 제대로 된 TV토론회도 사실상 없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주관의 방송 토론회는 1회뿐인데, 그마저도 불발됐다. 정 교육감은 후보 때 공직선거법상 대담회 출연 기준을 충족 못 한다는 이유로 조 후보만 초청된 데 반발하며 토론회에 불참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 삼아 숱하게 제기돼온 낮은 대표성 문제 극복 등 현행 직선제의 보완책을 적극 논의해야 할 때다. 깜깜이 정도를 완화하기 위해선 후보 방송 출연 기준 등 과잉 제약은 푸는 게 어떨까 싶다. 교육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지역의 교육 이슈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TV토론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장하고, 출마자 교육관과 교육 정책 방향성을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 것을 제언한다.
집집마다 투표안내문과 함께 오는 후보별 선거공보물에 공약 등 주요 정보가 유권자 판단을 위해 충실하게 담겨야 한다. 중도 보수 성향의 후보 공보물에는 인적 사항 등 기본 정보만 있을 뿐, 정책 공약은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선거 때마다 일부 후보는 단일화에는 안간힘을 쓰면서 세부적인 공약 발표는 차일피일 미룬다는 지적을 받곤 했는데, 유권자가 직접 보는 공보물도 보다 성의 있게 바뀔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