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원짜리 티켓 16만원에 팝니다"... 한국시리즈 흥행 타고 '제철' 맞은 암표상

입력
2024.10.23 10:52
온오프라인 암표 매매 호객 행위 기승
경찰, 한국시리즈 종료까지 집중 단속

"찔러보기 사양합니다. 대화 몇 마디 해보면 알아요!"

"티켓 구합니다. 가격 선제시해주세요"

31년 만에 삼성라이온즈와 기아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이라는 '흥행 빅카드'가 성사되면서 잠잠했던 암표상들이 '제철'을 맞았다. 경찰은 한국시리즈 종료까지 암표 매매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23일 한국일보가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등으로 살펴보니 이번 한국시리즈 입장권을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판매자는 "내야 상단 2연석 2장을 장당 16만 원에 팔겠다"고 올렸지만 실제 가격은 장당 3만5,000원에 불과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현금 결제를 유도하기도 했다. 경찰 단속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문제의식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온라인 상 암표 매매 글을 모두 신고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경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암표상들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매자를 찾고 있다.

경찰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광주경찰청은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1일 5시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출입구에서 입장권을 15만 원에 판매하려던 40대 남성 A씨를 적발하고 범칙금 16만 원을 부과했다. A씨는 3만5,000원에 구입한 입장권을 정가의 4배가 넘는 15만 원에 판매하려던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범행 사실을 추궁했자 암표 거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팬인 이상미(35)씨는 "아무리 야구 인기가 높아졌다곤 하지만 애꿎은 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입장권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암표상들은 모두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찰청은 한국시리즈 종료 전까지 사이버수사대와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관할 경찰서 단속반 등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암표 단속에 나섰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대량 구매 및 암표 매매 관련 '사기범죄 전담팀'을 구성하고 온라인 예매처와 함께 불법 의심 거래행위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광주경찰청 역시 엄정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암표 등 부정 판매 행위를 비롯해 현장에서 일어나는 강력범죄 등 위반행위도 적극 단속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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