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구금자들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인권 침해 혐의를 미국이 조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이스라엘·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이스라엘방위군(IDF) 산하 '포스 100' 부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부대원 9명이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지에 위치한 스데 테이만수용소에서 팔레스타인 구금자를 대상으로 성폭행 및 고문 등을 자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수용소에서만 30여 명의 수감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옛 군사기지인 이곳에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현재 팔레스타인인 1,000여 명이 수용돼 있다.
앞서 IDF 헌병대가 지난 7월 이곳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담당하는 자국 군인 9명을 체포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이 항의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은 지난주 이스라엘 외무부를 통해 포스 100 부대원들의 인권 침해 혐의에 대한 질문 목록을 전달했다. 대사관 측은 질문 내용이 '레이히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히법은 1997년 패트릭 레이히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따 제정된 법으로, 중대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해외 군대·경찰·안보 기관에는 미국의 군사 지원을 삭감·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13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향후 30일 이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IDF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도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이번 조사가 실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군 인권 침해를 조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이 인권 침해 혐의로 IDF 산하 '네차 예후다' 부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제재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 군인들이 테러와 싸우고 있는 시점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의 극치이자 도덕적 저급함"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지난 8월 블링컨 국무장관은 조사를 종료하고 해당 부대에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