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 여사 특검법 여론 악화 언급에... 尹 "우리 당 의원들 믿는다"

입력
2024.10.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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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하루 지나 전날 면담 내용 공개
김건희 특검법 등 두고 尹 부정적 입장
尹 "어처구니 없는 의혹 당에서 같이 싸워 달라"
한동훈 3대 요구에 대해서도 尹 난색 표시
한동훈도 "피하지 않고 해결"...정면돌파 의지

"헌정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당 의원들을 믿는다."

22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 발언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선명하게 보여줬다. 대통령실은 전날 있었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대화 내용을 하루가 지나 공개했다. 면담 이후 한 대표 측에서 '민심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자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정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검법 관련 "의원들이 위헌 법안에 찬성하겠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공개한 면담 내용에 따르면, 특히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불신이 드러난 지점은 야당에서 추진 중인 김 여사 특별검사법이었다. 한 대표가 '그동안 (당내 의원) 수십 명을 설득해 (특검법 통과를) 막았는데 여론이 자꾸 악화되면 이게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하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위헌 그리고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면서 여당 의원을 믿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 언급은 사실상 한 대표의 우려 자체가 "야당의 정치공세와 같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되레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면, 당에서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한 대표에게 당부까지 했다.

尹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 할 일"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의혹에 대한 설명 및 해소, 대외활동 중단 등 한 대표가 제안한 3가지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난색을 표했다.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과 관련해선 한 대표가 8명 실명을 직접 거론했지만, 윤 대통령은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누가 어떤 잘못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인사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취지다.

김 여사 의혹 규명 협조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장모 최은순씨가 2021년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사실을 거론하며 "한 대표가 나와 오래 같이 일해봤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미 일부 의혹의 경우에는 검찰 조사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얘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했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은 "대선 전 명씨가 만나자마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잡으라는 조언을 했다"며 "이후 중간에 명씨와 단절한 것도 사실이고, 집사람(김 여사)은 나와 달리 명씨를 달래가는 노력을 기울였던 게 아니겠느냐"고 거리를 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서는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활동도 많이 줄였다"면서도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윤-한 갈등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윤 대통령의 대화 내용을 보면 대부분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한 대표를 향한 불편한 감정까지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부 언론에선 한 대표가 할 말을 하고 반응이 없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서 한 대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면담 당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한 대표가 뒤늦게 여론전에 나섰다는 불만이다. 다만 한 대표도 이날 오후 '국민 눈높이'를 재차 강조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확인했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면담 결과를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기싸움이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빈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