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박 3일짜리 승부다.
‘가을 야구’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게임이 선언된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KS) 1차전이 그라운드 사정으로 하루 또 밀렸다. 21일 끝나야 할 1차전이 23일 오후 4시에 재개되고, 같은 날 곧바로 2차전이 펼쳐진다. 사실상 더블헤더 경기다.
처음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될 때만 해도 두 팀의 유불리는 명확해 보였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공격 무사 1·2루에서 중단되자, 박진만 삼성 감독은 “비 예보도 있었는데, 경기를 안 했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승왕 에이스 원태인이 투구 수 66개로 5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아 길게 끌고 가고 싶었지만 비 때문에 계산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삼성은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이탈해 확실한 선발 자원은 원태인과 대니 레예스 단 2명뿐이다. 22일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원태인은 당초 예정된 27일 5차전 출격이 유력했다. 그러나 4차전이 25일에서 26일로 밀리면서 1차전 투구 수가 적었던 원태인을 4차전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상황에 따라서는 최종 7차전 불펜 등판도 추가로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22일 순연 결정이 내려진 뒤 박 감독의 마음은 한결 누그러졌다. 그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팀에 부상 선수들이 있어 민감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예스를 23일 미출전 선수라고 공개해 3, 4차전 선발은 레예스, 원태인을 각각 내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태인도 “당연히 4차전도 준비됐고, 7차전 불펜도 가능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6회초 무사 1·2루 기회에서 재개되는 1차전은 상황에 따라 작전과 투수 운용을 할 계획이다. 첫 번째 타자로 타석에 서는 김영웅에게 보내기 번트를 시킬지, 강공을 할지는 상대 투수에 따라 결정한다. 전날 중단되기 전에는 강공 작전을 냈다. 원태인에 이어 마운드에 오르는 두 번째 투수는 좌완 이승현을 고려 중이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를 한다고 했다면 이겨야 하는 경기라 판단해 6회에 이승현을 준비하고, 필승조를 다 투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2차전 선발 투수 후보 중 한 명인 이승현이 1차전에 나서면 2차전은 우완 황동재가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범호 KIA 감독은 이날 “비가 안 오는 상태라면 경기를 시작해야 되지 않나”라며 정상적인 진행을 바랐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제임스 네일-양현종-에릭 라우어-윤영철 또는 김도현으로 구성된 선발진도 삼성보다 안정감이 있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우천 순연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0-1로 뒤진 무사 1·2루 위기에서 1차전을 시작하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면 남은 네 차례 공격에서 실전 감각을 찾은 타선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삼성은 원태인이 안 나오기 때문에 4이닝을 불펜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 타자들이 모든 면에서 다 적응했을 테니까 4이닝 동안 충분히 득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차전은 불펜과 타선을 믿고, 2차전은 베테랑 선발 양현종의 어깨에 기대를 건다.
4차전에는 1차전에 76개를 던진 네일로 원태인에게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8월 24일 NC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아 이탈했던 네일은 1차전에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이 감독은 “원태인이 4차전에 선발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인데, 우리도 삼성 선발을 고려해 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