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1일(현지시간) '깜짝 방문'한 우크라이나에서 4억 달러(약 5,518억 원) 규모의 무기 지원도 '깜짝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시한 '승리 계획’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러시아와의 확전은 미국도 원하지 않는다는 게 또 확인됐다.
오스틴 장관의 우크라이나 키이우 방문은 미국 대통령선거를 약 2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이번 방문은 오스틴 장관의 재임 기간 마지막 우크라이나 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크라이나 외교아카데미 연설을 통해 "키이우(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으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그림자'가 유럽 전역에 드리울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생존·안보를 위해 싸우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약 58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기엔 이날 별도 발표된 4억 달러의 신규 무기 지원이 포함됐다. 미국은 로켓, 박격포, 탄약 등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발표는 지난 17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4억2,500만 달러(약 5,862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나왔다.
미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장거리 무기 사용 허가'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확약' 등이나 미국이 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내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종전 청사진으로서 제시한 승리 계획에 들어있다. 승리 계획에는 이 밖에도 '포괄적 비핵 전략 무기의 우크라이나 배치', 'EU와 우크라이나의 리튬, 가스, 티타늄 등 전략 자원 공동 사용 협정 체결', '전쟁 이후 유럽에 주둔하는 일부 미군을 우크라이나 병력으로 대체'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요구를 미국이 들어주지 않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기조와 맞물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자극하거나 '나토 대 러시아 대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 승리 계획에 대한 서방의 부정론이 적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오스틴 장관은 "단일한 조치로는 큰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말로 우크라이나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별도 연설을 통해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파트너들이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