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우리금정의원' 주민들 힘으로 다시 문 열었다

입력
2024.10.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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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5000만원 모아 재개원
삼고초려 끝 동향 의사 채용해
영암군수 "주민자치 모범사례"



"농촌 어르신들은 작은 병원(의원) 하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던 시골 의원이 마을주민들의 자조 노력을 통해 재개원했다. 22일 전남 영암군에 따르면 마을주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영암군 금정면에서 '우리금정의원' 개원식이 열렸다.

지난 5월까지 20여 년간 농촌마을 주민들을 돌보던 구 금정연세의원은 인구 감소와 건물 노후, 의사의 타 지역 전출 등으로 폐업했다. 작은 시골 의원이지만 4개월가량 폐업되자 병원 찾을 일이 많은 마을 어르신 등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금정면 주민(1,991명, 9월 기준) 중 60%가 65세 이상이다. 주민들은 진료를 받으려면 버스와 택시 등으로 30분 넘게 소요되는 영암읍으로 나가야 했고, 조금 큰 병원으로 가려면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광주, 목포 등지를 찾아야 했다. 교통수단도 여의치 않았다.

불편이 지속되면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주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해법 마련에 나섰다. 결국 금정면문예체육진흥회가 주민사업 기금을 확대·적용해 문제를 풀자는 의견을 냈고 주민들은 전체회의를 세 차례나 열면서 실마리를 풀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공동 재산인 태양발전기금 5,000만 원을 병원 리모델링에 투입했고, 청년들은 리모델링 공사에도 참여했다. 5억 원의 연봉 제시에도 농촌 병원을 꺼려 하는, 의사 구하기가 최대 난제. 주민들은 최근 광주 대형 병원을 퇴임한 고향(영암) 출신의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삼고초려 끝에 마침내 문승환(62) 병원장을 채용하는 데 성공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개원식에서 “주민자치가 문을 닫은 지역 의원을 살리고, 어르신 등 의료취약계층의 불편을 덜어준,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한 모범사례를 금정주민들이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김영택 금정문예체육진흥회장은 “어르신들이 치료를 받고 좋아하시면 마을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암=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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