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서 재회하는 시진핑·푸틴... 북한군 참전, 중국엔 '손톱 밑 가시' 되나

입력
2024.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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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러시아 카잔서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푸틴, 전쟁 속 외교적 고립감 털어낼 기회
북한군 러시아 파병 뒤 시진핑·푸틴 첫 만남
가뜩이나 '북중러 3각 구도' 조심하는 중국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외교적 부담 가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5개월 만에 재회한다. 이번 만남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정황이 드러난 직후 이뤄진다. 가뜩이나 북러 간 밀착이 불편했던 중국 입장에선 북한 참전 상황이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외교적 고립감 덜어낼 기회 삼을 듯

21일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2일부터 사흘간 카잔에서 열리는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 인도 등 원년 브릭스 멤버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새로운 회원국이 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해 총 24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다. 러시아에 따르면 전 세계 30개국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한 상태로, 회원국 확대 문제가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달러화 기준 무역 결재를 위안·루블화로 전환하기 위한 탈(脫)달러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앞서 18일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브릭스 회원국들의 경제는 외부 영향이나 간섭에 점점 덜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본질적인 경제 주권"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이번 정상회의를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누적된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감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회의 개막 직전 머리 부상을 당해 방문을 취소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시진핑, 푸틴에 '절제' 권유할 것"

현지에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별도 정상회담도 열린다. 올해 들어 3번째 정상회담이자,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17일) 이후 첫 만남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은 '북중러 3각 구도'에서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왔다. 미국 견제의 최대 파트너인 러시아와는 협력 기류를 이어갔지만, 북한과의 정치·경제 교류는 사실상 의례적 수준만 유지했다. 중국은 북중러 3각 구도가 부각되면서 서방의 중국 압박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북한·러시아와의 외교가 조심스러운 마당에 북한군을 전장에 끌어들인 러시아의 결정으로 중국은 더욱 난감한 처지가 됐다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니러슝 상하이 정법대 교수는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중국으로선 불편한 상황"이라며 "(북한과 러시아를) 사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짚었다. 홍콩 명보도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절제'를 권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이어가겠지만, 물밑에선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심화하지 않도록 양국을 압박해야 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국면에 처했다는 뜻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북한군의 파병 소식은 거의 전하지 않고 있다. 한국 국가정보원 발표를 인용한 중국중앙TV(CCTV)의 짤막한 보도가 전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파병과 관련된 질문에 "각 당사국이 긴장을 완화하고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