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회담을 갖기로 21일 합의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불거진 당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 대표와, 여권을 흔들면서도 중도 확장에 나서려는 이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을 불과 몇 시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대표 회동에 한 대표가 선뜻 응하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차원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양당 대표는 지난 대표 회담에서 추후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대표에게 회담을 제의했고, 한 대표도 민생 정치를 위해 흔쾌히 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구체적 일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화답은 이 대표의 회담 공개 제안 이후 약 3시간 만에 나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날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을 언급하며 "한 대표님, 오늘 면담 잘 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이전부터 만남을 위한 사전 교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본보에 "(9월 1차 회담 이후) 두 분 사이에 소통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취재진에게 "대표들이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달 1일 처음으로 양자 회담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협의기구 운영 등 비쟁점 사안에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별검사법이나 25만 원 민생지원금 지급 등 핵심 현안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마저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 본회의 재투표와 국정감사 등 정치 일정에 밀려 아직 출범 전이다.
그럼에도 여야 대표가 다시 만나기로 한 것에 정치권 해석은 분분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 측은 당정 분열을 파고들어 여권을 흔들려는 노림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 대표는 이 대표가 만나자고 하니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단, 두 사람의 만남이 결과적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를 위한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 등과 거리를 두는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여당 일부라도 이탈하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 입장에서 카드가 하나 더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도 회담을 통해 안정감과 수권 능력을 내보이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본보 통화에서 "이 대표는 야권 내 주도권은 확실히 잡았지만 중도 소구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등에서 패배한) 10·16재보궐 선거 결과로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제는 미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보에 "한가한 얘기를 나눌 때가 아니다"라며 "김 여사·채 상병 특검법안, 의료 대란 등 현안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대표 역시 관련 논의를 피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태곤 실장은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특검법에 독소 조항은 안 된다, 특검을 탄핵 추진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 '윤 대통령을 지키는 데 소극적'이라는 당내 비판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