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이달 초 뉴욕 기반의 예측 내기 플랫폼 '칼시'가 선거 결과 내기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하급법원의 판결을 유지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칼시의 선거 내기가 "공공 이익에 반한다"며 서비스 금지를 주장했으나, 대중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는 뚜렷한 증거를 CFTC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그 결과 칼시는 미국에서 약 100년간 금지돼 온 선거 결과 예측 내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선거 내기 시장이 열리면서 대선 예측 내기판에 돈이 몰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폴리마켓에는 지난 18일 기준 대선 예측 내기에 약 20억 달러(약 2조7,500억 원)가 쌓였다. 칼시 측은 지난 2일 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사용자 수가 매일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많은 미국인이 스포츠 내기에 점점 빠져들면서 선거 예측 내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예측 내기의 추이를 실제 판세를 읽을 수 있는 유의미한 도구로 본다. 결과를 정확히 맞출수록 더 큰 재정적 보상을 받고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건 돈을 전부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참가자들이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애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아무 손익이 없는 여론조사보다 성심성의껏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 예측 내기가)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내기 플랫폼 관계자들조차도 선거 내기 참여자들이 미국 유권자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WP는 전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내기 플랫폼들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8일 기준 폴리마켓에서는 트럼프가 이긴다는 데 베팅한 비율이 60%로, 해리스(40%)를 20%포인트나 웃돌았다. 칼시에서도 트럼프 승리가 56%로, 해리스(44%)를 크게 앞섰다. 반면 선거 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19일 집계 기준 여론조사(전국 지지율 평균치)에서는 49.2%를 얻은 해리스가 트럼프(48.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WP는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데 대해 “내기 참여자들은 (미국 유권자 표본 대상인 여론조사와 달리) 대체로 남성이며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내기 시장이 기울어졌다는 우려에 대해 내기에 열성적인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 내기를 양성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잖다. 금융개혁 옹호단체 베터 마켓의 칸트렐 두마스 이사는 “큰 보상 유혹이 선거 조작 시도를 부추길 수도 있다”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