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당해요' 인터넷으로 자동차 리스와 렌트 제공하는 정상연 디자인앤프랙티스 대표

입력
2024.10.23 05:00
17면
자동차 렌트와 리스 서비스, 중개인마다 수수료 각기 달라 이용료 천차만별
중개인 거치지 않는 인터넷 렌트와 리스 서비스 '차즘' 개발해 이용료 낮춰

자동차 산업에 존재하는 시장은 두 가지다. 자동차를 사고파는 매매시장과 빌려 타는 대여 시장이다. 렌트와 리스로 대표되는 자동차 대여 시장은 적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빠르게 교체하며 탈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리서치네스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대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32억 달러(약 182조 원)에서 올해 1,475억 달러(약 202조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가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8조5,000억 원에서 2026년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자동차 대여 시장의 문제는 이용료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같은 종류의 차를 빌려도 대여료가 업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영업사원마다 다르다. 같은 중국집에서 짜장면값을 일하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받는 격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정보의 비대칭성, 즉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상연(36) 디자인앤프랙티스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해 소비자들이 싸게 자동차를 빌릴 수 있도록 지난 5월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정 대표를 만나 자동차 대여 시장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짚어봤다.


사는 것보다 싸다

자동차를 빌려주는 렌트와 리스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눈에 띄는 차이는 번호판이다. 렌터카는 ‘ㅎ’이 들어간 번호판, 리스차는 일반 번호판이 달려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보험료다. 렌트는 대여업체에서 보험에 가입해 대여료에 보험료가 포함된다. 반면 금융상품인 리스는 금융사가 자동차를 소유하지만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이 따로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한다. 따라서 사고 이력이 적고 운전 경력이 오래돼 보험료가 낮으면 리스가 유리하고 반대일 경우 렌트가 낫다.

배기량에 따라 ㏄당 부과되는 자동차세도 다르다. 렌트는 2,500㏄ 이하이면 최대 19원, 넘어서면 24원을 낸다. 리스는 1,600㏄ 이하는 최대 140원, 초과 시 200원이 부과된다. 따라서 자동차세만 놓고 보면 렌트가 저렴하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고가의 차량을 장기 렌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렌트와 리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자동차 가격을 꼽았다. "새로 나오는 좋은 차를 타고 싶지만 매년 가격이 올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서비스가 렌트와 리스죠. 새 자동차도 사는 순간 20% 가격이 깎이는 감가상각이 일어나며 중고차가 돼요. 조금만 고민하면 자동차를 살 이유가 없죠. 렌트와 리스 합쳐 연평균 시장 성장률이 13%예요. 관련 등록 차량이 무려 2,000만 대입니다."

모르는 소비자에게 비싸게 판다

그런데 왜 렌트와 리스는 업체마다 이용료가 다를까. 주요인은 업체마다 다른 이용료 산정 기준이다. "렌트와 리스는 이용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중고 가격을 미리 정한 뒤 신차 가격에서 그 값을 제하고 이용료를 산정해요. 그런데 업체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요."

그 바람에 특정 차종에 따라 이용료가 저렴한 업체가 따로 있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리스할 경우 현대캐피탈이 가장 싸요. 국내 기업 임원들이 여기서 그랜저를 많이 리스해 그랜저를 대량 확보해 가격이 싸졌죠. 리스로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을 타면 전북은행 계열의 JB우리캐피탈이 제일 저렴해요. 이곳이 국내 중고차 시장을 할부 금융 등으로 꽉 잡고 있어 카니발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요.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금융사별 특징을 몰라요."

여기에 중개인 수수료도 천차만별이다. 수수료는 중개인이 알아서 정한다. 금융사는 리스 영업을 외부에 맡긴 위탁 중개인 제도를 이용한다. 중개인이 되려면 금융감독원에서 인가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사업자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주로 자동차 영업을 했던 사람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보험설계사처럼 금융사 대신 리스 상품을 판다. "중개인이 알아서 팔고 수수료를 알아서 챙기는 시장이어서 중개인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요. 소비자가 시장을 잘 알면 수수료를 조금 붙이고 잘 모르면 많이 붙여 비싸게 불러요. 그러니 소비자의 불신이 크죠."

그렇다 보니 중개인이 자동차 영업사원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자동차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리스 상품을 소개하며 중개인을 연결해 주고 일종의 소개비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리스 이용료에 중개인 수수료와 영업사원 소개비가 붙는다. 여기에 또 계약을 진행하는 위탁 상담사 수수료를 더한다. "중개인과 상담사가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나눠 가져요."

정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즘'이라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자동차 대여는 개인의 영업력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시장이죠. 노동집약적 시장은 자본 축적이 안 돼 기술 개발을 할 수 없어 선진화가 힘들어요. 많은 소비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소비자도 좋고 시장도 커질 것으로 봤죠."


자동화로 중개인 수수료 없애 이용료 낮춰

컴퓨터(PC)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는 차즘의 핵심은 저렴한 이용료다. 가격 비교를 통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했고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중개인 수수료를 없애서 가격을 낮췄다. "인터넷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차종의 렌트와 리스 상품 이용료를 업체별로 비교해 볼 수 있어요. 가격 비교 후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면 돼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는 조만간 출시 예정입니다."

차즘이 중개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과거 중개인이 소비자에게 받던 중개 수수료를 없애고 대신 리스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아요."

금융사의 심사 과정도 간편하게 바꿨다. "금융사는 자동차를 내주기 전 소비자가 월 이용료를 낼 수 있는지 신용도를 심사해요. 이 과정을 인터넷 간편인증으로 바꿨어요. 운전면허증, 건강보험료 자료 등을 해당 기관에서 받아 금융사로 전달해요. 이 같은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돼 차즘 직원들은 볼 수 없어요. 반면 기존 중개인이나 위탁 상담사는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카카오톡' 같은 개인 메신저로 받는 경우가 많아 개인 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죠."

이를 위해 10개 금융사와 연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롯데캐피탈 등 4개 금융사는 개발을 마쳤고 신한카드,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등 6개 금융사와 연동 시스템을 개발 중이죠."

창업하며 '공공의 적' 돼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대표는 첫 직장이었던 포스코에서 특이한 이유로 이직했다. "사내 신사업 제안대회에서 전기자동차 관련 사업을 제안해 1등 했는데 고객사를 적으로 돌릴 수 없다며 포스코에서 반대했어요. 주인 있는 회사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 곳을 찾아 한세실업으로 이직했죠."

이후 그는 창업을 위한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다시 이직했다. "돈의 흐름과 정보기술(IT)을 알기 위해 은행과 관련 업체를 거치는 계획을 세웠어요. 하나은행에서 5년 일하고 인터넷에서 대출을 비교해주는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로 옮겼어요."

핀다에서 신사업 기획자로 4년간 일한 그는 2022년 사내 사업으로 차즘을 시작했다. 하지만 핀다와 이용 고객이 달라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아 16명 직원과 함께 지난 5월 분사했다. 투자는 BNK캐피털, 퓨처플레이 등에서 21억 원을 받았다. "은행에서 주택 구입비나 생활자금을 대출받는 고객과 자동차에 관심 있는 고객이 달라 분사를 결정했죠. 핀다가 지분 20%를 갖고 있어요."

분사 후 적게 남기는 대신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면서 그는 중개인들 사이에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시장을 키우려면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 자동차 대여 시장에서 자동화로 가격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인 유일한 업체가 됐어요. 다른 중개인이 한 달에 1, 2대꼴로 대여상품을 파는데 우리 직원은 자동화로 12대 팔아요. 1인당 월별 판매량을 올해 말 35대, 내년 말까지 10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만큼 차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주 6일 근무하며 새벽 2, 3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을 지양한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 힘들어요. 일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가슴 아프죠. 그래서 채용할 때 이런 점을 눈여겨봐요.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을 뽑아요."

앞으로 그는 물류기지까지 만들어 사업을 확대할 생각이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차량을 전달하는 과정이 파편화돼 있어서 배송 추적이 안 되고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요. 내년 말까지 물류기지를 만들어 배송 과정을 자동화해서 배송 기간도 줄이고 소비자가 추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는 자동차 대여 시장이 구매시장보다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구매보다 저렴한 렌트와 리스 시장을 만들어 사람들의 자동차 구매 습관을 대여로 바꾸고 싶어요. 국내에서 연간 신차가 180만 대 팔리는데 이 중 23만 대, 즉 13%가 리스와 렌트로 나가요. 자동화 서비스로 공급을 혁신하면 5년 내 대여 비중이 40% 넘어갈 겁니다. 인생을 걸 만한 사업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