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피한 尹, 김 여사 겨냥 한동훈 '3대 요구'엔 즉답보다 일단 들을 듯

입력
2024.10.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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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서실장 배석 놓고도 정치권 평가 분분
한 대표 측 "당도 배석 원했지만 용산 불편해해"
일각선 "두 사람만 만나는 것보다야..." 역할론 기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비롯해 당정 갈등 사태의 분수령이 되는 자리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촉구하고 윤 대통령은 여당과의 결속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에 얼마나 호응할 것이냐에 달렸다. 어렵사리 성사된 만남인데도 식사가 아닌 1시간 남짓 차를 마시는 형식에 그쳐 일단 기대에 못 미친다. 양측의 '독대'가 무산되면서 정진석 비서실장만 배석해 ‘2+1 면담’으로 진행되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외형상 대통령실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윤 대통령의 결단이 없는 한 한 대표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구도다.

한 대표는 '인파이터'처럼 밀어붙일 전망이다. 그간 줄곧 요구해온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의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여러 의혹과 관련한 규명 절차 협조 등 3가지가 최우선 의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한 대표가 이미 언급한 부분들이 면담에서도 나올 걸로 예상되고 대통령실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의 총공세 속에서 당정 간 결속이 굳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대통령은 '아웃복서' 스타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가 직설적으로 요구를 해오더라도 즉시 답하며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추가 해명, 명태균씨 폭로에 대한 해명, 여사 라인 교체 등을 놓고 양측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무혐의한 부분에 대해 다른 조치가 있을 수가 없다"며 "명씨에 대해선 ‘숨기는 게 있으면 김 여사가 실토하라’고 할 게 아니라면 진전된 대화가 나올 수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여사 라인이라는 것도 어느 정권이나 ‘영부인 권력’이라는 추상적인 가십거리 외에 명백하게 비위가 드러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유일한 배석자다.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한 대표 측은 불쾌한 반응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JTBC에 나와 “이쪽(당)에서도 '(당대표)비서실장과 함께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그래야 양쪽 이야기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용산에서 불편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서 정 실장의 가교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의 취임 첫 일성이 ‘비서들, 정치하지 말라’였단 점을 거론하며 “여사 대응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 내부의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도, 오해가 있다면 그걸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정 실장”이라며 "감정이 좋지 않을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하는 것보다 5선 의원 출신 비서실장이 함께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