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불기소로 일단락되는 과정을 지켜본 전·현직 검사들은 결론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검찰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검찰이 수사 착수 후 4년 동안 '시간만 끌며 논란을 키웠다'는 점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물론 검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김건희 여사, 이를 용인한 윤석열 대통령, 뒤늦게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지만 정작 법무부 장관 시절 할 일을 안 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게 만든 1차 원인 제공자는 단연 김 여사다. 2021년 12월 일방적으로 형식적 해명만 담긴 15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뒤 줄곧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검찰이 재차 보낸 서면질의엔 정치적 악용 가능성(총선) 등을 이유로 1년이 지나 답변을 보냈다. 대면조사도 올해 7월 20일에야 이뤄졌다.
1·2심 재판부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들이 주가조작에 이용된 건 주지의 사실. 검찰과 법원이 '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라고 판단한 계좌에 대해 김 여사는 서면진술에서 '직접 거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여러 상충된 발언과 정황 등을 말끔히 해소하려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필수였다. '특수통' 수사 전문가 출신 윤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지만 배우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올해 5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 김 여사 사건 지휘부가 모두 교체됐다. '김 여사 조사 시도에 대한 정권 의중이 반영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올 초 수사팀 의견을 보고받은 송 고검장이 대통령실 측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는 데 대한 불쾌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 여사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대통령실 참모 및 김 여사 측근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이 대통령 부부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거나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은 정황은 7월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있다. 일부 쟁점이 될 수 있는 대목에 대해 김 여사가 "제가 이렇게 얘기를 했었나요"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앞서 김 여사가 검찰에 두 차례 서면 답변을 보내는 과정에서 참모진이나 측근이 당사자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면 이런 반문이 나왔겠느냐는 것이다.
수사 주체인 검찰도 할 말은 없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라는 특성 등을 감안해 강제수사 강행이 쉽지 않다는 현실론을 고려해도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무엇보다 김 여사가 수사에 비협조하는 동안 권오수 전 도이치 회장 등 항소심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처분을 미룬 건 '악수(惡手) 중의 악수'였다. 실제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 등 1심 선고부터 올해 9월 항소심 선고까지 복수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취재진에 열 차례 이상 '항소심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 법리와 사실관계가 가려지기를 기다릴 거면 왜 수사를 하고, 항소를 하느냐"면서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직전 수사 지휘라인 역시 실제로는 시간을 벌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라고 일갈했다.
한 대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 교체 후 첫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 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아서다. 다수 전·현직 검찰 간부는 그가 최근 '총장 지휘권 복원은 또 다른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라 못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역시 수사지휘권 복원을 건의했지만 그 시점이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뒤 퇴임 직전이라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 전 총장이 송 고검장 등 중앙지검 지휘부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5월 인사 당시 출근길 '7초 침묵'으로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반발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색한 평가가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팀은 물론 전·현 정부 검찰 지휘부, 대통령실과 법무부 모두 '충분히 수사했는지' '수사 결과대로 책임지고 결론을 냈는지' 반성해야 할 사건"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