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경관살해범' 이학만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심재호 경위와 이재현 경장이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경찰청은 20일 '2024 경찰영웅'으로 심 경위, 이 경장과 1995년 부여 간첩 검거작전에서 총탄을 맞고 사망한 나성주, 장진희 경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7년부터 매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경찰관을 경찰영웅으로 뽑아 업적을 기리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 강력2반 소속 형사였던 심 경위와 이 경장은 2004년 8월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협박하고 상해를 입힌 전과 10범 이학만을 검거하기 위해 출동했다. 그러나 심 경위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이씨를 체포하려던 순간, 이씨는 몰래 품에 지니고 있던 흉기를 꺼내 심 경위를 찔렀다. 이씨는 심 경위를 지키려던 이 경장마저 공격했다.
두 형사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도주한 이씨는 이후 한 가정집에 침입했다가 이씨 몰래 아들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린 시민의 기지로 경찰에 검거됐다. 두 형사의 희생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4년 뒤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에게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나 경사와 장 경사는 1995년 10월 충남 부여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중 정각사 인근에 무장간첩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나 경사는 도주로 차단을 위해 매복 중 간첩을 발견해 총격전을 벌이다 머리에 총상을 입어 치료 중 순직했다. 장 경사는 총격전 이후 산속으로 도주하던 간첩을 추격하다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두 경관에겐 2계급 특진과 함께 충무무공훈장이 추서됐고, 현장에는 경찰충혼탑이 건립됐다.
경찰은 경찰영웅 유족을 21일 열리는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 초청해 추모할 계획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전사·순직 경찰관들의 희생과 헌신에 상응하는 예우를 갖추는 건 경찰의 사명감과 자긍심의 토대를 닦는 일"이라며 "올해 말까지 경찰영웅들의 추모조형물을 건립하고 경찰정신과 업적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