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도 서울 집값 상승... 강남 한강변 재건축 강세

입력
2024.10.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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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재건축 신고가 잇따라
대출 영향 없는 자산가들 원픽
"서울 전반 매수심리는 가라앉아"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소폭 벌어졌다. 일부 한강변 고가 재건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가 들썩인 영향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10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올라 3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주(0.1%)보다 소폭 상승폭을 키웠다. 좁혀지던 상승폭이 다시 확대된 건 5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후 상승폭이 크게 주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고가 재건축 단지와 서울 주요 지역 신축 아파트에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2차 아파트(1976년 입주) 전용면적 131㎡(출처 아실)는 15일 54억9,000만 원(11층)에 거래되며 5개월 만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단지는 올해만 모든 면적 통틀어 신고가를 7번 새로 썼다.

강남구 신현대(현대 9·11·12차·82년 입주) 전용 108㎡는 지난달 30일 50억5,000만 원(9층)에 거래돼 세 달 만에 직전 최고가 기록(44억 원·8층)을 깼다. 이 단지에선 올해만 5번 넘게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현대 6·7차 아파트(구현대·78년 입주)는 8월에만 3개 단지에서 최고가 기록이 잇따랐고 전용 245㎡는 6월 115억 원에 거래돼 2021년 4월 기록한 최고가(80억 원)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초, 송파, 용산, 여의도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서도 잇따라 최고가 기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완화와 공사비 안정으로 사업성이 좋아진 데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대출 규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가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 신축 아파트도 몸값이 뛰고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150㎡는 이달 10일 39억 원에 거래돼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주 강남구가 0.27% 올라 상승률 1위였고 용산(0.19%), 서초(0.18%), 마포(0.18%), 성동구(0.16%) 순이었다. 모두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가 몰린 지역이다.

다만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서울의 전반적인 매수 심리는 크게 가라앉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후 최근 열흘간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더 올린 탓에 금리 인하 효과는 아직 시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8만6,934건으로 지난 11일(8만5,019건) 기준금리 인하 이후 2.2% 증가했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대출 규제 영향으로 집값이 당분간 약세를 띠긴 하겠지만 서울은 주택 수요가 여전하고 전셋값도 상승 추세라 집값이 크게 떨어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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