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휴대전화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님을 시인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대놓고 거짓을 말하다니 기가 찰 따름이다. 이러니 수사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검찰은 그제 취재진을 상대로 무려 4시간가량 도이치 사건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며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수사 초기 김 여사의 주거지, 사무실 및 휴대전화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고 여러 차례 법원 탓을 했다.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가 직접 밝힌 내용이었다.
그런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날 밤 MBC가 2020년 11월과 2021년 5월 김 여사에 대해 두 차례 영장을 청구했지만 도이치 사건이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관련이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수사 책임자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날 브리핑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의원들의 추궁에 “형식적으로 보면 (도이치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게 맞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수사의지를 보여주는 잣대인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애초 증거확보 등 수사에 미온적이란 뜻이다.
납득할 수 없는 핑계도 댔다. 이 지검장은 “당시 반부패수사2부에서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어떤 때는 두 가지 피의사실을 같이 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단독으로 넣기도 했다”며 거짓말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영장이 무슨 메모장도 아니고 혐의를 내키는 대로 막 적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수사가 더 어려워진다”고 법원 탓을 하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심지어 이 지검장은 “아무 사건이나 휴대전화를 무조건 가져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배우자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 압수수색조차 필요 없을 정도의 ‘아무 사건’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그러니 무혐의 결론을 내놓고 수사하지 않고서는 이런 상식 밖 일이 벌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말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